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가 80년생이다.  나이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닌건만, 나의 얄팍한 사고력과 그보다도 더 얄팍한 세상 경험을, 읽는 것으로 채워보려는 욕구 때문인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글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내  편식적이고 얄팍한 독서이력에는, 젊은 작가의 글이 거의 없다. [무중력증후군]은 내가 읽은 가장 젊은 작가의 작품이 될 것 같다.

   

    "제 13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라..    내용에 앞서 우선, 책말미에 실린 심사위원들과 문학평론가들의 추천평부터 살펴보게 된다. 이 젊은 작가의 글에 쏟아진 평들은, 그 란이 "추천평"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되, 극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소설 탓에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다."(p295)거나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는 가볍고 매서운 문장으로 세상을 겨눈다."(p296)거나, 혹은 내가 알아듣기 다소 어려운 단어들을 선별한 문장의 조합들로... 얄팍한 귀는, '기껏해야 젊은 작가'라는 편견으로 가둬두었던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부풀린다 . 그리고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는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그저 "읽기만 하는" 나 같은 사람들과는 사고의 방법도, 사고의 체계도, 사고의 범위도 다른걸까 하는.. 젊은 작가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덕분이리라.

 

   [무중력증후군]이란 제목을 보며, 또 표지그림을 보며 단순한 머리로 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는 기껏해야 이런 것이다. 이 소설은 혹 "공상과학"소설일까..? 하는.. 아니다. "작가는 달의 증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지금, 이곳"의 삶을 흔들어놓"(p296)고 있긴 하지만, 달의 증식이라는 소재보다도 중요한 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물다섯의 평범한 직장인 노시보.  "가장 심각한 것은 영혼의 영양실조였다. -중략- 소속된 모임의 수에 비례해서 그만큼 더 지구 밖으로 내팽개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로 그것! 소외감이었다."(p72) 평범한 일상에 묻혀버리는 것이 지극히도 두려워 "지하철 플랫폼에서 대형 지네나 악어가 굵은 몸통을 밀며 나오는 일"(p10) 따위라도 일어나서 함께 긴장할 어떤 화제를 찾고 있는 인물. 그래서 늘 최신뉴스를 문자서비스로 받아보면서까지 뉴스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노시보("플라시보효과"와 반대의 의미를 가진다.)라는 그 이름  때문일까.. 온갖 자질구레한 "비질병적 질병"에 시달리고, 온갖 병원을 들락거리고, 온갖 약을 써보지만 그래도 회복되지 않는 그의 "비질병적 질병"은.....  그가 만들어낸 그 자질구레한 "비질병적 질병"을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이고, 소외감에 몸서리치는 노시보의 일상은 나랑 닮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감히 말하건데, 나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과도 닮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애처롭고, 안쓰러웠다. 의미없는 인간관계, 그럴 수록 더한 소외감..

 

   이야기를 심사한 평론가들 혹은 작가들은 "[무중력증후군]을 읽다가 몇 번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는데, 나는 큰 소리로 웃을 수 없었다.  "내 병은 잘 치유되고 있었다. 의사도 그렇게 말했고, -중략- 치료되고 있는 것이 불안했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제일 불안했다."(p251)는 그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웃을 수 없었다.

    "작가가 너무 젊다"는 이유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던 책. 내 기대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그리고 생각을 던져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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