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락쿠마의 생활 - 오늘도 변함없는 빈둥빈둥 생활 리락쿠마 시리즈 2
콘도우 아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부광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정말 독특한 책이다.  책 크기가 자그하고, 표지를 꽉 메우고 있는 건 곰돌이 캐릭터.. 동화책으로 오해하기 딱 좋을 그런 책.. 표지에 그려진 곰돌이는 일본에선 꽤나 유명한 "리락쿠마"라는 캐릭터란다. 아주 단순해서 그림따위를 그리는 데 감각 제로인 나조차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이다. 

 

    이런 부류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단 하나. "오늘도 변함없는 빈둥빈둥 생활"이라는 앞표지의 문구 때문에.. 며칠간 휴가였다.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근 일주일간을 집 밖으론 한 걸음도 내딛지 않고, 집안에서만 빈둥빈둥 뒹굴고 있었다. 휴가가 다 끝나가려는 지금, 그리고 8월이 시작된 오늘에서야 나는 그렇게 보내버린 내 휴가에 대한 후회 따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구와 씨름 몇 판을 하며, 이것저것 들었다놨다 생각해보니 며칠간의 휴가 때문만이 아니다. 뭔가 총체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도망가기 바쁘고, 남의 탓만 하고 있는 나에 대한 짜증 같은 것들이 도드라졌기 때문일까..

 

   솔직히 이 책을 바쁜 생활 가운데서 만났더라면 "혹평"을 했을지도 모른다.  대체 뭔 책이 이런겨?! 하고... 하지만 지금 내 상황과 비슷한 이 게으름뱅이 곰돌이가 툭툭 던지고 있는 말이 내게 너무 와 닿았기 때문에 지금은 혹평을 할 수가 없다. "밖에 널지 않으면 쭈글쭈글해진다구"(p8)하며 빨래에게 던지는 이 녀석의 말한마디.. 나 역시 덥다는 핑계로 집구석에만 쳐박혀있어 "쭈글쭈글"해진걸까..? 이 녀석의 말이 내겐 비수가 되어 꽂힌다.

   리락쿠마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노랑병아리"는 거울 같다. 이것저것 끊임없이 핑계를 늘어놓는 나를 너무 잘 알아보는 거울 같다. 보기 싫은 내 모습을 너무 콕콕 집어내는  깨어버리고 싶은 거울 같다. 고맙기도 하지만 얄밉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진 않을거야."(p16) 그건 변명이다. 나 역시 요 몇해 계속 그랬다.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긴 싫었지만 계속 "이러고만 있"다. 이 단순무식하고 게으른 곰돌이가 자꾸 내 모습인 듯 보여서 캐릭터가 귀엽기보단 안쓰러운 마음이 자꾸 배어난다.

 

  여백이 아주 많은 책이다. 그 여백에다는 내 마음을 추스리는 말들을, 그간의 비겁했던 생각과 행동들을 토해내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책에 나온 글자보다 더 많은 서평을 써보긴 또 처음이다. 책이란 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으로 읽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이 책은.... 정체불명에다, 아주 괴상한 책이다. 이 책의 원작자가 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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