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카네이션 - 비밀의 역사
로렌 윌릭 지음, 박현주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칙릿이 대세인가..?  얼마전까지 칙릿이란 단어를 알지도 못했는데 요즘 자주 눈에 띄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보았지만, "브리짓존스의 일기"는 보지 못했는데, 칙릿을 소개할 때마다 등장하는 브리짓존스의 일기가 궁금해진다. 최근들어 소위 "칙릿"이라고 분류되는 범주의 책을 두 권 읽었다. [렘브란트의 유령], [핑크 카네이션]. 칙릿의 정의와 그 범주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다. 칙릿의 정의에 "독자를 유혹할만한 제목"도 포함이 될꺼나..? [렘브란트의 유령]은 제목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갖고서 접한 책이라 실망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렘브란트"를 보며 나의 지식욕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하고 지나친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이 책 [핑크카네이션]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역사"라는 단어와, "19세기 파리" 그리고 "나폴레옹" 등에 혹해 손에 잡은 책이다. 칙릿의 범주에 드는 책이라면 펼쳐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재미있는 역사 소설 한편을 읽을 수 있겠구나 하고 잡았는데, 책 뒷편의 "칙릿"이란 단어가 적잖게 걱정스러웠다.  "20대 여성 독자를 겨냥한 영미권 소설로 90년대 중반에 나온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는 칙릿. 한동안 유행처럼 번지던 "OO녀"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까 "20대 여성독자를 겨냥한"이라는 표현이 살짝 거슬렸다. 그 표현이 마치 이 책은 "가볍고 별 내용없소, 심심풀이용 땅콩이요~"하는 말 같이 들리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다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말이다.

  

    두 시대의 이야기가 번갈아 언급되고 있는 "액자식 구성" 되겠다. 프랑스대혁명 이후의 귀족 스파이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있는 엘로이즈 켈리의 이야기와 그녀가 들여다보고 있는 19세기 초의 귀족스파이 퍼플젠션과 핑크카네이션의 이야기이다. 주가 되는 것은 19세기의 스파이 이야기. 그간 지나치게 딱딱하고 엄숙한 역사소설만 보아온 모양이다. 과거의 인물들을(물론 허구의 인물이지만) 이렇게 가볍고 유쾌발랄하게 그려낸 책은 처음 읽어봤다.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책 앞 띠지에 소개된 "19세기 파리, 꽃미남 스파이와 천방지축 아가씨의 좌충우돌 예측불허의 모험이 시작된다!"는 글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로맨스코미디로 분류되는 한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다. 로맨스코미디 영화의 주인공들이 그렇듯이, 독자들(혹은 관객들은)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졌다는 걸 훤히 알겠는데, 주인공들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부정하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정반대의 감정으로 표현해내느라 매사 티격태격 아웅다웅이다. 그리고 가끔 주어진 임무(혹은 자신의 생계?)를 까먹을 정도로 상대방에 빠져들어서는 "별을 따다가 목걸이라도 만들어줄까?"(p312)하는 식의 전형적인 닭살멘트를 날려주곤 한다. 이 사람들, 나폴레옹의 영국침략을 저지한다는 거창한 목적을 가진  스파이가  맞나 몰라.. 연애하느라 날 다 새겠네. 그들의 애정행각이며, 두번쯤 등장하는 19금 장면은 아주 현대적이다. 게다가 현재시점의 엘로이즈와 콜린 역시도 뭔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을 주는데.. 퍼플젠션과 에이미의 사랑이 19세기판 까칠남과 천방지축`말괄량이`(그렇지만)매력녀의 그것이라면 엘로이지와 콜린도..? 영화로 만들면 꽤나 흥행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기대했던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그런 역사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500여쪽의 페이지를 보며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봐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던 유쾌발랄한 책이었다. 프랑스대혁명과 나폴레옹에 대해 많은 걸 알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역사소설에 이렇게 가볍고 발랄한 로맨스가 함께 할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발견한 책이었기에 읽을만했다. 부정적으로만 보았던 칙릿의 매력에 빠져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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