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달까지 - 파리에 중독된 뉴요커의 유쾌한 파리 스케치
애덤 고프닉 지음, 강주헌 옮김 / 즐거운상상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못 알아들을 말만 늘어놓는 사람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나 듣고 있는 건 짜증나는 일이다. 그의 말하는 방식이 문제였는지, 아님 그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나의 지적 수준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환상적인 푸른빛 표지, 그리고 "파리"와 "달"이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 정말 매력적인 책인 것 같았다.  알랭 드 보통은 뉴욕 타임즈 북 리뷰에서 "최근 수년 동안 나온 프랑스에 관한 책 중 가장 멋진 책!"이라고 이 책을 평가했다고 책 앞표지에 자랑스레 적혀있다. 기대감..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이나 소비해버린 내가 알랭 드 보통의 말을  흉내내어 이 책을 소개한다면 "최근 수년 동안 나온 프랑스에 관한 책 중 가장 어려운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긴, 이 말은 지나치게 비약적이다. 파리에 관한, 혹은 프랑스에 관한 책이라곤 많이 읽어보지 못한 내가 비교의 의미가 내포된 "가장"이라는 최상급을 사용해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오버스런 일이긴 하다.

 

     하지만 첫 부분부터 보이는 무수한 오자(誤字)가 책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다. 번역상의 문제인지, 교정을 덜 본 건지, "시라크'가'"라고 해야 할 부분을 "시라크'이'"라고 적혀있는 등의 실수는 무수히 많고, 심지어는 책 후반부(p306)에서는 앞에서 무수히 등장했던 글쓴이의 아내 마사를 "사라"로 바꿔버리기까지 한다. 책의 전체 흐름을 보지 못하고 이러한 사소한 편집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스스로가 조금 유치하긴 하다. 하지만, 내겐 중요한 문제다. 문장의 이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의 흐름을 툭툭 끊어버리는 사소한 실수들이 책을 아주 어렵고, 재미없고,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름은 전투적이었지만 '노동자의 힘'은 프랑스 노동 단체에 온건한 웩 場 유지하는 편이었다."(p45) 대체 이런 문장은 무슨 의미로 이해하란 말인가...?

 

    그래도 일주일씩이나 소비해가며 읽은 이 책에 대해 정리해보자. 글쓴이 애덤고프니는 기자다. 뉴요커였던 그는 어렸을 적 파리에서 체류했던 경험이 있고, 그 경험 때문인지 다시 파리로 날아갔다. "이 책은 20세기의 마지막 5년을 파리에서 살았던 운좋은 미국인 가정의 이야기이다."(p24) 부럽다. 마음먹은 대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그들. 내 입장에선 "서양"이라고 뭉뚱거려지는 미국과 프랑스. 서양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되기에 상당히 비슷한 이미지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는 그들 사이에도 문화적인 차이점이 있나 보다.  뉴요커였던 글쓴이가 파리에 체류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적 차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주내용이다. 파리의 헬스클럽, 식당, 공원, 학교, 그리고 정치판 등..

   그가 신기하게 혹은 이질적으로 바라보는 파리의 문화를 그의 기본적인 사고배경과 비교하는 부분이 많은데, 미국인이 아닌 나로선 그의 기본적인 사고배경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이 책은 너무 어려웠다. 소화해내기 힘들었다. 파리에 대해 혹은 글을 쓴 미국인에 대해 좀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은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벌어져버렸다. 그리고 피곤했다. 이 책을 읽은 혹은 읽을 다른 사람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대했던 파리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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