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조선 1 - 금속활자의 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소설가 오세영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 익히 들어본 제목이고, 베스트셀러였다는 것도 알지만, 직접 읽어볼 기회는 없었기에 어떤 이야기이며, 어떤 소설가일까 궁금했었는데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통해 그를 만나게 됐다. 역사이야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 탓인지, 책 앞날개에 적힌 그의 간단한 프로필이 내 호감을 끌었다. "역사를 전공했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서의 행간을 채우는 일을 즐겻던 오세영에게 역사를이야기로 꾸미는 역사작가는 잘 어울리는 직업인 셈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역사책에 관심이 많은 나는  종종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정말 이랬을까..?" "이 사건 뒤에는 어떤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내가 읽고 있는 역사는 진실일까..?"를 종종 의심했다. 그렇기에 그 행간을 채워주는 듯한 역사소설엔 절로 호기심이 인다.

 

   [구텐베르크의 조선]의 창작배경은  "서울 디지털포럼 2005"에 참석한 노벨수상자 앨 고어의 기조연설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이 구텐베르크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며,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은 교황 사설단이 조선을 방문하여 얻어간 기술"이라는 앨 고어의 발언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작가 오세영이 이야기하고 있는 "활자인쇄의 진실"에 대해 재구성해보자. 이야기는 우리 역사의 르네상스기라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의 통치기인 1440년대에서 시작하고 있다.  능력이 있다면 신분에 구애됨 없이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했던 세종의 인재관에 대해선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장영실. 동래 출신의 천한 신분이었던 그를 궁궐로 불러들여 각종 과학기구를 만들었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영실이 만든 어가가 시험단계에서 파손되는 바람에 그는 곤장을 맞고, 이후 역사에서는 그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는 역사사를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져간 장영실이 이 책 [구텐베르크의 조선]에 등장하고 있다.

 

    훈민정음에 대한 조정신료들의 방해공작을 피해 그는 세종의 어명을 받고, 명나라로 몸을 피해, 훈민정음을 널리 유포시킬 수 있는 금속활자를 연구하고 있었던 것. 이 부분을 읽다가 "도슈샤이 샤라쿠"와 김홍도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일본 에도시대 유명한 유키요에 화가였다는 샤라쿠가 바로 우리 나라의 김홍도 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뒤통수를 뭔가로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상상해 낸 이야기가 너무 그럴 듯해 "아,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영실이 그렇게 사라져갔던 것이 아니라, 실은 이 이야기와 같이 살다 갔더라면...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장영실이 아니라 그의 제자 석주원이다.(가상인물이다.) 장영실과 함께 견고한 활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던 석주원은 명나라에서의 모종의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사마르칸트로, 사마르칸트에서 또 독일의 마인츠까지 가게 된다. 마침 유럽에서는 교황청에서 성서의 보급을 위한 인쇄술에 관심이 쏟아지던 차였고, 석주원은 구텐베르크 공방에서 금속활자를 만들게 된다는 내용.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내용은 대충 이렇다. 역사 속 실제 인물과 가상인물이 뒤범벅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에게 자꾸 설득당해 버린다. 이야기가 너무 그럴 듯하다.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금속활자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구텐베르크 뒤에는 낯선 동방인, 꼬레아에서 온 동방인 석주원이 있었다는 사실. 당시 서양인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설던 꼬레아에서는 이미 수백년전부터 금속으로 활자인쇄를 해 왔다는 사실. 그런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진달까...?  상대편 빔펠링 공방에 등장한 서양 최고의 야금장 "발트포겔"과 구텐베르크 공방의 석주원의 대결에서 석주원이 승리하는 것으로 일단 1권은 마무리됐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석주원과 이레네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이룰 것인가..? 석주원은 계속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독일에 머물게 될 것인가..? 발트포겔과 석주원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될 것인지..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2권에 펼쳐질 멋진 이야기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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