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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허에 떨어진 꽃잎 ㅣ VivaVivo (비바비보) 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유혜자 옮김 / 뜨인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원색적으로 그려진 표지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일까 하는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 슬프다. 짙은 원색만큼 짙은 슬픔이 배어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두껍지 않은 책이라 '빨리 읽을 수 있겠구나'하고 펼쳐든 책인데, 읽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이 상황이라면....'하는 상상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다.
이 책은 1979년과 1980년에 발효된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을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소설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가정 1자녀 정책'에 따라 중국인들은 하나의 자녀 밖에 낳을 수 없었고, 그 하나의 자녀가 남자이길 바랬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중국의 1가정 1자녀 정책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남아선호사상이 깊게 박힌 나라라는 걸 알기에 궁금했었다. 1가정 1자녀 정책이 행해지는 중국에서 원치 않는 여자아이는 대체 어떻게 "처리(?)"되는가가..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성별감정을 통해 낙태를 해 버리나..? 잔인한 일이다. 아님 태어나도 여자아이는 공식적인 서류상에 기재되지 않는걸까..? 이 역시도 잔인한 일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일이나, 태어났어도 공식적으로 태어나지 않은 취급을 받는 일이나..
나의 짧은 상상력은 거기까지.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보자면 "매년 6만 명의 신생아가 살해되는데 모두 여아다."(p55) 물론 소설이라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겠다. 경악할 일이다. 내 짧은 상상력으론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신생아 살해방법"이 원치 않은 여자아이에 대한 처리방법(?)이라니..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열여섯살 레아. 아주 어렸을 때 독일인 부모에게로 입양된 중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여자아이. 레아의 친부모 역시 아들을 원했다. 레아는 태어나자마자 "비닐봉지"에 담겨져 독일인 부모에게로 넘겨지고.. 레아의 양부모는 그 사실을 레아에게 숨겨왔지만, 레아는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한쪽 부모는 비닐봉지에 아기를 담아 남에게 줬고, 또 다른 부모는 그 사실을 숨겨 왔다. 아무도 솔직하지 않았다."(p80) 분노할 일이다. 아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남에게 줘버리다니... 사람이 사람에 대해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은가..? 책을 읽다가 레아와 함께 분노했다. 왜 그런 식으로 아기를 버려야했는가...? 하지만 책을 좀더 읽다 보니, 자신이 낳은 아기를 비닐에 넣어 생판 낯선 외국인에게 넘겨야 했던 레아의 생모가 이해가 됐다. 레아의 언니는 태어나자마자 강물에 던져졌다. 생모로서는 레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분노보다는 안타까움만 가득했다. 마지막 장면은 레아 역시 생모를 용서했다는 의미겠지....?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레아라면 어떤 기분일까?" "내라 레아의 생모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 "비닐봉지에 든 아기를 받아든 레아의 양부모라면 어떻게 했을까?"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나라 역시도 중국인과는 다른 이유에서지만 해외로 많은 수의 아이들을 입양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 입양 뿐만 국내 입양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나로서는 아직 판단기준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입양아"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