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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중톈 교수와 중국인을 주제로 한담을 나누다.>
2008년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로 예정된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중국에 관한 책이 종종 보였다. 유행처럼 중국에 대해 말들 하길래 나도 한 권쯤은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라는 책. 글을 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가 궁금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가 궁금했다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해 봐도 나와있지 않고, 흔히들 책 앞날개에다 저자 사진을 붙여두곤 하던데 것도 없어서 저자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책 소개글에서 "중국 CCTV <백가강단>의 스타교수 이중톈"이란 문구를 보고는 글쓴이에 대해서 내 마음대로 상상해버렸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고전을 강의하는 "스타교수"라...? 잘은 모르지만 왠지 도올 선생과 비슷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떠오른 건 나뿐일까..? 이미 삼국지 강의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지신 분인 듯 한데 나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글쓴이를 접하게 된 것이니..
중국인이 말하는 중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과거의 모습 뿐이다. 어줍잖게 주워들어 알고 있는 중국의 역사가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전부이기에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인은 과거의 그들뿐이다. 500쪽을 훌쩍 뛰어넘는 분량에 처음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모르던 무언가를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는 건 기쁜 일이다. 적지않은 분량만큼 다양한 중국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겠지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책을 읽으니 그다지 어렵지않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들어가는 글"에서 소개하는 앞의 두 우스갯소리. 참 재미있다. 나는 "국민성"이 어떠하다는 둥 "지역성"이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렇다는 식의 말을 "혈액형"으로 성격을 결정짓는 것만큼이나 믿지 않는 편이다. 어떻게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의해서, 지역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지? 하는 의문이 생기곤 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살지만, 혹은 그 혈액형이지만 일반적으로 분류되는 그들의 대표성격과는 다른 사람이 더 많던걸 뭐.. 하는 생각 때문에라도.. 하지만 더러는 내가 믿지 않는 그런 것들이 맞아들어갈 때도 있더라. 특히나 국민성 어쩌고 하는 말들. 자신의 생활환경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마련인 사람이니까. 몇몇 나라 사람들을 무인도에다 떨어뜨려 놓았더니 영국인들은 어땠고, 스페인 사람들은 이랬고, 프랑스 사람은 저렇더라는 이야기.. 글쓴이는 그것을 "이 역시 이상할 게 없다. 인간은 문화의 존재물이기 때문이다."(p12)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인간은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자신들이 만든 문화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어떤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 문화에 어떤 영향을 받고 살아왔는가? 글쓴이는 중국인과 중국인의 문화를 살펴보는 큰 주제로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한담>의 9가지를 들고 있다.
특히 시작부분인 <음식>부분에서 중국의 역사와 한자에서 발견되는 중국인의 문화에 대한 설명에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초 장왕이 "구정의 무게가 얼마나 되느지 모르냐"(p44)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중국 역사를 훑어보면서 익히 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처럼 "나라의 솥을 맡았다는 것은 정권의 장악을 의미했다."(p44)라는 것으로 연결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왜 중국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먹는다"는 것과 관련된 말들이 믾은지를 글쓴이는 농경문화에서 찾고 있다. 유목민족과는 달리 농사를 지어서 때를 기다려야 했던 중국인들로서는 먹을 것을 항상 염려했어야 했다는 것. 비슷한 농경문화를 형성해 왔던 그들과 우리라서 그런지 공감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의복>부분에서는 옷을 뜻하는 단어 衣와 기대다 의지하다는 뜻의 한자 依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중국인은 스스로 일을 해결하려기보다는 조직이나 어떤 사람에 기대어 일을 해 나감을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글쓴이가 말하는 중국인의 벌떼근성과 획일성은 우리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냄비근성"과 닮아보였다. "중국인의 벌떼 근성은 다름 아닌 단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p149)는 그 말은 왠지 우리 나라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았다.
<체면> <인정> <단위> <가정>에서는 중국인의 사회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의복>부분에서도 이미 설명했지만, 중국인의 단체의식. "튀거나 뒤떨어지지 않고" 적당히 비슷하게 뭉뚱거려지는 중국인의 모습, 체면을 중시하고, 받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꼭 돌려주어야 하는 인정 혹은 복수도 우리와 너무나 닮아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중국인과 우리는 비슷한 면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비록 번역을 통해서지만 별 무리없이 그대로 내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영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을 읽는다면 혹은 중국이나 우리와는 문화가 많이 다른 서양인이나 그 외의 국가들의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글쓴이의 "한담"을 나누는 듯한 편안한 글쓰기가 책을 어렵잖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책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고 있는 <홍루몽>과 <수호전>, <아Q정전>은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그 속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중국인의 모습을 설명하는 걸 보면 아마도 세 작품 속에서 중국인의 전형이라 할 만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오랜 시간 많은 분량을 고민하면서 글로 풀어낸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내 짧은 글 실력으로 정리하기엔 벅차다. 이렇게밖에 정리할 수 없는 내 글 솜씨를 원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