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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르치는 기술
야스코치 테츠야 지음, 최대현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났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야 마냥 어렸던 철부지들을 사람같이 만들어주신 고마운 분들로 기억될 따름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만났던 많은 선생님들은 그 숫자만큼 개성도 각양각색이었던 듯 하다. 그 다양한 개성에 따라 같은 과목이 재미있기도 없기도 했던 기억이 났다. 중학교 1학년 때 수학 선생님. 수학공부만 하면 지겹다고, "그리운 금강산"과 "비목"의 악보를 복사해서 나눠주시며, 수학책 표지 안쪽에 붙여놓으라고, 그리곤 종종 함께 부르자고 하셨던 분이라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수학시간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기억도. 고등학교 땐 입시 때문에 늘 잠이 부족했던 아이들을 깨우기가 안쓰러웠던지 자는 아이들을 놔 두고, 몇몇 안되는 생존자들만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가시던 마음 여렸던 국어 선생님도 생각이 난다. 그 외에도 인기가 참 많았던 국사선생님 생각도 난다. 같은 국사라도 왜 그 선생님이 가르치시면 더 쉽고, 재미있게 느껴졌었는지 몰라.
굳이 학생들을 앉혀두고 하는 수업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배울 일은 많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가르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p4) 나의 경우는 주로 엄마다. 엄마에게 컴퓨터를 가르쳐드릴 일이 많다. 재미삼아 하시는 주식을 위해서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은 물론이고, hts프로그램 까는 방법과 접속하는 방법, 그리고 주문하는 방법 등.. 컴퓨터가 일상생활화된 젊은 사람들과는 달리 엄마에겐 컴퓨터는 낯선 물건인지 똑같은 과정을 몇 번 설명하다보면 "엄만 이것도 몰라?" 하는 말이 튀어나와 모녀지간에 괜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거 몇번이나 설명한 거잖아요.." .
그러고보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1대1의 "컴퓨터 강의(?)"가 이렇게 수월찮은 일인데, 30~40명 혹은 몇 백명을 상대로 한 전문적인 강의는 더욱 그렇겠지..? 궁금했다. "잘 가르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잘 가르치는 것인지.. 일본에선 꽤나 유명한 영어 강사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이 책은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생각하고 쓴 책이다. 목소리와 억양은 물론 강사로서의 옷차림, 그리고 판서법, 학습자료 만드는 방법, 수업의 큰 틀을 잡는 방법, 시선처리와 농담에 관한 것까지. 20년이상 강사로서 생활해 온 그의 노하우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는.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전문가의 이야기라 그런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여러 부분 있었고 앞으로 누군가를 가르치게 될 때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여러 곳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부분. "일이나 공부를 가르치는 입장에 섰을 때는 '내가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니 너도 간단히 할 수 있어야지. 못하면 어떻게 해'라는 생각은 덮어 두어야만 한다. 그 생각 그대로 초보자를 상대하면 상대의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기 십상이다."(p153)는 말. 맞다. 나 역시 엄마보다 조금 빨리 컴퓨터에 익숙해졌을 뿐인데, 왜 이걸 못하나 하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누군가를 가르칠 일이 있는 사람에게도 혹은 배우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쉽게 가르치는 기술"을 유용하게 쓸 날이 오길 바라며 책을 일단은 덮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