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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시끌벅적. 이합집산의 정치면 기사보다는 연예 가쉽란을 더 좋아하는 천박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역사서도 흔히들 말하는 정사보다는 야사에 더 관심이 간다. 이런 천박한 나의 관심사에 대해 변명해보자면, 정사는 사람이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면 야사는 그래도 과거 속의 "그들"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좋다는 정도로 핑계가 될 수 있을까? 역사서를 좋아해서 흔히들 말하는 "주류"의 역사책으로 줄거리를 잡고자 하면서도 종종 곁눈질을 하게 된다. 더 재미난 얘기는 없을까 하고... 이 책의 제목은 나 같은 사람에겐 관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책 앞 표지에 실린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남자와 그를 껴안고 있는 한 늙은 남자에 관한 그림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담고 있는 표지와 함께라면 더더욱이나..
고대사 부분을 읽으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를 살펴 볼 때면 누구의 말이 더 그럴 듯 한가에 대한 학자들의 내기를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고대사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앍고 있는 미궁(크레타섬의 미궁)은 궁전이었을까 무덤이었을까? 소크라테스는 악처와 일부러 결혼했다고..? 클레오파트라는 어떻게 죽었는가? 등등.. 정사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보면서 종종 곁가지쳐지는 궁금증.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왜 그랬을까? 그 건물은 무슨 용도였을까? 등에 대한 주제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는 정도랄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깊이 있는 역사서는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고대부분을 읽으며 몇 가지 역사외적으로 단순히 이 책에 대해 궁금해진 것인데, 저자가 [무대 뒤편에서 바라본 역사 이야기]라는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야기, "부루투스는 왜 카이사르의 칼을 순순히 받아들였을까?"(p5)라는 문장과 "기원전 410년 8월 '영원의 성' 로마가 하루아침에 멸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p67)는 두 문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 49쪽에서 다루고 있는 카이사르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이야기인데, 부르투스가 카이사르의 칼을 받아들였다는 저 문장은 단순오타인지, 아님 나의 이해력 부족에서 비롯된 내용인지.. 마찬가지로 기원전 410년에 로마가 멸망했다는 이야기 또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서로마가 망한 것은 기원후 476년 동로마가 망한 것은 그로부터 약 1000년 후라고 알고 있는데.. 뭔 얘기지...?
중세사 부분을 읽으면서는 표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림이 러시아의 이반 4세와 그의 아들에 얽힌 불행한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그림이나 유적, 조각 작품등 다양한 미술품의 사진도 함께 실려 있다는 것이다. 서양의 명화를 볼 때면 그들의 역사나 신화에 대해 얼마간의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중심에 두고 관련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근대사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출생에 대한 비밀은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라 흥미로웠다. 또한 어렸을 때 믿거나말거나 식의 책에서 읽고 기억에 남았던 히틀러가 사실은 여자였다?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관련된 설명을 진지하게 읽다가 마지막 문장 때문에 웃음이 났다. "로버트 페임은 당시 창문에 비춰진 "卍"의 모습을 본 히틀러가 좌우 바뀐 것도 모르고 무조건 "卍"(뒤집어서 인용해야 하는데 편집하기 어려워서 이렇게밖에 인용을 못하겠다. -서평자) 를 나치즘의 상징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p166)는 문장 말이다.
그리고 "역사"라기보다는 "시사"적이라고 생각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현대사 부분. 케네디의 죽음, 워터게이트사건, 클린턴의 사생활 문제, 다이애나비의 죽음과 911테러, 오사마빈라덴까지.. 역사서가 가지고 있는 딱딱함(?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을 벗어나서 재미있고 편하게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 현대사 등 큰 틀의 구분은 있어도, 그 각각의 틀 안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약간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묶든지, 그렇지 않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배치했더라면 읽기에 더 편리했을 꺼라는 생각 역시 나만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