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해석 - 프로이트 최후의 2년
마크 에드문슨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표지에 그려진 두 인물 프로이드와 히틀러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두 인물에 대해 잘 모른다. 잘 모르기 때문에 더 궁금했다. 특히 프로이드. 학창시절 심리학을 독심술 정도로 생각할만큼 심리학에 대해 무지했으면서도(지금도 잘 모르지만.) 심리학이란 학문에 너무 관심이 가서 [꿈의 해석]이니, [프로이드 심리학입문] 따위의 책을 사들인 기억이 난다. 어려웠다. 빈약한 나의 이해력 탓에 소화시킬 수 없었다. 아직도 책장 한켠에 꽂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히틀러. 내겐 풀리지 않는 매듭과 같은 숙제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히틀러 역시 한 때 나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히틀러라는 이름을 내가 언제 처음으로 알게 됐던가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은 미스테리 역사(책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믿거나말거나 식의 괴상한 책이었다.)이야기 모음집에서 히틀러가 사실은 여자였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궁금한 두 인물이 한꺼번에 그려진 책이라니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히틀러보다는 프로이드에 관한 책이다. 프로이드의 마지막 생애 2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 보면 이 책의 원제는 [The Death or Sigmund Freud]. 프로이드의 죽음. 옮긴이는 "그가 죽기 전 2년간의 행적을 좇은 전기에 다름 아니지만, 그 정의만으로는 이 책에 담긴 의미를 정당히 평가할 수 없다."(p293)는 생각에 이 책의 제목을 [광기의 해석]이라고 설정한 듯 하지만, 글쎄.. 책을 다 읽은 나로선 이 책의 제목은 원제 그대로 [프로이드의 죽음]이 더 적합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프로이드 생의 마지막 2년. 1938년과 1939년. 물론 세계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세계 2차 대전과 유대인 학살. 그 중심에 히틀러가 있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광기의 중심에 히틀러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이 책의 제목을 바꿀만큼 히틀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진 않은가..? 오히려 이야기의 대부분은 프로이드가 말년에 어떤 병으로 고통을 받았으며, 어떤 수술을 받았고, 런던으로 망명한 후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가가 아닌가?  "그는 담배를 끊으라는 말을 들을까 봐 한동안 의사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애"(p127)쓸 만큼 애연가였고, 애완견 륀을 사랑했고, 골동품을 좋아했던 프로이드의 인간적 모습 말이다.  프로이드의 생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적 배경으로서 히틀러가 몇 번 언급되고 있을 따름인 것 같은데... 

    히틀러와 나치의 광기에 대해 몇 부분 이야기해보자. "정신분석학회를 차지한 나치는 프로이트의 한 마디 한마디가 거의 다 옳다고 생각했다. 그가 쓴 모든 글들은 근거가 확실한 것이었다. / 중략 / 정신분석학은 유대인에게 한정된 과학이라는 것이다. / 중략 / 유대인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민족, 무의식이 폭력과 성으로 무장된 민족, 유아기로부터 성정체성을 갖기 쉬운 민족으로 여겨진 것도 이 때문이다. "(p56) 그래서였던가. 유대인에 대한 무자비한 만행.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가한 무자비한 폭력이 몇 장면 소개되고 있다. 프로이드의 런던 망명 또한 그 때문이다. 영화 [쉰들러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유대인을 물건 취급하던 나치와 그에 휩쓸린 독일 군중을 보면서 분노했던 기억이 났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집단적인 광기를 유발시켰는가. 1차세계대전 패배와 베르사유조약(독일인들은 베르사유의 명령이라고 했다던)에서 막대한 배상금을 떠맡았다는 이유만으론 납득이 안 된다. 프로이드 또한 그러한 생각을 했던가..? "그녀는 프랑스가 베르사유조약에서 독일을 박해한 것이 오늘날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독일이 전재에서 이겼다 해도 히틀러와 나치는 반드시 나타났을 것이며, 사악한 행각을 벌였을 것이다. "(p224) 이 부분에선 그렇다면 프로이드는 나치와 히틀러의 등장을 어떻게 이해했던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프로이드의 말년의 생애에 대한 궁금증을 채우기엔 괜찮은 책이었다. 하지만, 책 제목을 보면서 기대했던(?나의 오해였던가?) 히틀러와 프로이드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대립점을 찾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이 또한 나의 독해력 부족에서 오는 상실감일까..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내 기대에는 조금 덜 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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