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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외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중에서도 유독 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한국 영화 중에서도 조직 폭력배들이 나왔던 영화들도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봐왔었다. 그래서인지 이미 영화로도 몇 번이나 제작이 되었다는 이 소설의 제목 "스카페이스"를 처음으로 접했다. 더군다나 알 카포네란 인물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뉴욕 암흑가의 전설이라... 내 관심 밖의 인물, 그리고 관심 밖의 이야기 분야라 그런지 이런 류의 소설도 처음이다.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좋았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한 여자를 짝사랑했던 애송이 소년(?)에서 조직의 1인자로 변신하기까지의 토니의 삶은 극적이다. 극적이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알 카포네란 인물을 모델로 했다는데, 알 카포네에 대해 잘 모르니 어디까지가 현실적인 모습인지도 가늠이 어렵다. 한 여자(비비안 러브조이. 이름이 웃긴다.)를 짝사랑했다. 그녀는 깡패 조직 보스 앨 스핑골라의 정부(情婦)였다. 우발적으로 앨 스핑골라를 죽인다. 하지만 물증이 없기에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렇게 범죄 조직의 길에 들어선 토니.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이 책을 통해서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의식 따위는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냥 물 흘러가듯 그렇게 한 인간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지극히 객관적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충성도를 보이기 위해 상대 조직원을 처리하고, 그에 따라 지위(?)가 올라가고. 예쁜 여자를 거느리고. 위기의 순간에 군대를 갔다가 오히려 훈장을 받아 나오고.. 그로 인해 가족조차 그를 못 알아볼 정도로 변신(그야말로 변신이다!!)한 그 남자의 삶. 행복했을까.....?
"로지가 증언하는 날, 구아리노 가족이 전부 법정에 나타났다. 토니는 피고석에서 흘깃흘깃 그들을 훔쳐보았다. 가족 전부가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넉넉하고 행복해 보였다. 토니의 마음이 조금은 흡족해졌다. 그가 부정하게 벌어들인 돈이 그들에게는 좋은 결과를 준 셈이었다. 변호사를 통해서 다달이 보내준 돈이 그들에게 꿈도 꾸지 못할 부와 혜택을 안겨준 것이었다." 가족에게 그는 이미 군대에서 죽은 사람. 그가 부정하게 번 돈으로 가족이 누리게 된 "부와 혜택"에 과연 흡족했을까....?
그 남자의 마지막은 형사반장이 된 형에 의해 사살되는 것. 결말이 어느 정도 짐작되는 약간은 흔한 액션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랄까...? 액션이면 액션대로, 교양서면 교양서대로 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보아주면 될 것을, 내가 손에 든 것이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럴 듯한 뭔가가 내 안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이 어줍잖은 욕심. 그걸 빼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만한 책이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