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우광훈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 "베르메르"라는 화가에 대해 잘 몰랐다. 그의 작품은 미술관련 서적에서 몇 편 본 듯도 하지만,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새삼스레 베르메르의 작품 몇 개를 찾아 눈으로 익혔다. 책 앞부분에 실려있는 베르메르의 작품들 중에서 특히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나 "진주귀고리 소녀"는 익히 보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읽고 나서 "이거 사실이야? 소설이야? " 궁금했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야기구나.. 사실 내가 만난 이 책은 파본이었다. 작품해설 부분에서 네 페이지 정도가 백지인 파본이었는데, 출판사측에 문의를 해도 답이 없길래 그냥 읽었다. 하지만 읽고 나서 답답해졌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재미있었지만, 이 소설을 읽은 평론가(사실 작품해설부분 첫 부분이 백지라 작품 해설자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보니 소설가 장정일 인 듯하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작품해설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브리엘 이벤스.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후계자라 할 괴링에게 베르메르의 작품을 밀매한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된 화상(畵商)이다. 그가 괴링에게 판매한 베르메르의 작품이 자신의 위작이었다는 증언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재판. 그가 자신의 위작 능력을 보이기 위해 재판정에서 베르메르의 작품을 모사하는 장면은 극적이기조차 했다.  가브리엘의 젊은 날에서부터 그가 덮어쓴 적국으로의 문화유산 반출이라는 혐의를 벗고나서 심장마비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이야기.  역시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반 메헤렌(1889~1947)이라는 가브리엘의 실제 모델이 있었단다.

  "가브리엘의 시선 속으로 브레디우스란 이름과 함께 그가 쓴 장문의 글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 글 안에는 사이먼의 이름과 함께 베르메르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브레디우스의 평이 양면에 걸쳐 장황하게 게재되어 있었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마음을 부드럽게 울릴 수 있는 주제. 이 그림은 거장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보석과 같은 작품으로서`````."(p281) 그의 베르메르 위작이 미술감정가 브레디우스에게 진품으로 판정된 신문기사를 읽는 장면이다. 자신이 그린 가짜를 전문가들이 진품이라고 인정했을 때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짜릿하지 않았을까..? 

  "그래. 제르망의 평가처럼 자넨 먼저 독창성이라는 단어부터 배워야 할 것 같아. 미치광이 고흐처럼 엄청난 속도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태양 같은 것 말이야. 그 이글거리는 태양은 고흐만의 것이었다고. 내가 보기에 자넨 재현 능력은 월등하나 독창적 재능이 부족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나 성곡하고야 말겠다는 투지가 부족해. 이런 점들은 자네의 앞날에 치명적일 수 있어."(p239) 라는 그의 후견인의 말마따나 그림에 재능이 있었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추락하고 말았던 그의 화가생활. 그리고 그의 첫사랑이기도 했던 요한나 메이어의 자살(그녀의 죽음은 그 때문이기도 했다.)로 힘들어 하던 그가 유명 화가의 작품 모사에 성공한 것이다. "화가는 산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직업"(p69)이라는데 그는 그럼 베르메르를 능가하게 된 것인가? 아님 유명한 화가 베르메르의 복사기일 뿐인가..?

  그림과 화가와 모사화가, 그리고 화상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였는데 읽고 나서 이 글에 대해 쓰려니 나의 짧은 글재주로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 같은 걸 표현하기가 힘들다. 직접 읽어보라는 말로 글을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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