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세종대왕 - 조선의 크리에이터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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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인 세종을 만나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했고, 그 지도자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함께 하기 때문일까 지난해부터 유난히 리더쉽에 관해 이야기가 많다. tv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 눈에 띄고 출판분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인 듯 하다. 그런 흐름 덕분인지 나 또한 이 책과 몇 개월 전에 읽은 그 세종에 관한 두 권의 책을 합해 3권의 세종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된 셈이기도 하다. 처음에 펼쳐들었던 책은 내용이 방대하고 세세한 점은 좋았으나 그 방대함에 치여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으니 사실 "읽었다"고 하기엔 뭣하다. 두 번째로 펼쳐들었던 책에서는 세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번에 펼쳐든 책은 지난 번 책에서보다 세종의 업적에 대해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듯 해서 두 책을 비교해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intro부분에서는 세종대왕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 현재에도 칭송받고 있는 "훈민정음"창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런 식으로 편집된 책을 접해 본 적이 없어선지, 책의 초입부분에서 적잖게 당황했다. 글쓴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과감히 붉은 색 음영처리를 한 데다가 쪽수가 없어서..뭐, 나쁘진 않았다. 이 부분에선 훈민정음에 대한 세종의 확고한 의지와 최만리로 대표되는 신하들의 거센 반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언문은 여러 글자를 합하여 함께 써서 그 음과 해석을 바꾼 것이라 글자의 형상이 아닙니다."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신하들. "글자의 형상이 아니라는" 그 글자로 훈민정음 창제에 반대한 그들의 글을 읽고 있으니, 이런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알 수 없는 웃음이 나왔다.

 

   <1부 웅크린 잠룡, 승천하다>에서는 양녕이 세자로 있던 때의 이야기부터 양녕이 폐세자가 된 과정, 급하게 진행된 세종의 즉위에서부터 상왕이 된 태종 사망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이라 특별할 건 그닥 없다. 1부를 읽으면서  문득 "젊은 독자를 겨냥하고 쓴 책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 의해 재구성된 그들의 대화가 아주 현대적이다. "나는 조선에 올인한 사람이니 자식들을 생각해서 자중하시오. 오버하면 당신과도 남남이오."(p55)라는 태종의 말이나 "괜찮아. 저런 깜짝쇼가 다 나를 임금 만들려고 하는 일이니까."(p55)라는 세자 양녕의 발언을 보고 있자면 말이다. 그래도 역사서는 좀더 무게감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글쓴이가 약간 "오버스럽다"고 오버스럽게 참견하고 만다.

   <2부 조선의 마스터플랜을 세우다>와 <3부 찬란한 문화시대를 열다>에서는 세종의 위대한 업적이 꼼꼼히 설명된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창업의 군주였다면, 세종은 수성의 군주로써 손색이 없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의욕적으로 계획하고 진행해나갈 수 있었는지, 만약 세종이 왕위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짐은 국가 제일의 공복' 이라고 서양의 군주가 이야기했다던가. 세종이야말로 그 말에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애민정신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군주가 서너명만 더 있었더라면 우리 역사가 지금보다 몇 배쯤은 더 긍정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부 고독한 임금의 초상>에서는 그의 불행했던 개인사와 그로 인해 불교에 심취하게 되는 모습,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한 신하들과의 마찰을 보여준다. 두 번의 세자빈 폐출, 그리고 세번째 세자빈마저도 세손(단종)을 낳은 산통으로 숨졌고, 유난히 자식들을 사랑했던 세종이 정소공주와 광평대군, 평원대군 등 잇따라 자식들을 앞세우면서 겪어야 했던 고뇌가 안타까웠다. 세종 말년의 내불당 투쟁이나 신하들과의 부딪힘은 세종의 개인적인 불행과 함께, 그간 모범생 역할만을 해야했던 그의 억눌린 감정의 폭발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어설프게 추측해본다.

   <5부 세종과 그의 신하들>  "세종 치세의 찬란한 업적들은 임금 개인의 뛰어난 식견과 학문적 소양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를 보좌했던 뛰어난 인물들이 있었으므로 가능한 것이었다."(p332) 그렇기 때문인지 세종에 관한 책에는 그 신하들에 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에서도 황희정승이나 맹사성, 장영실 등 우리가 흔히 꼽는 세종 시대의 유명한 인물 말고도 (나는? 나만?) 잘 몰랐던 이천과 이순지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인간 세종과 군주 세종에 대해서 관찰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다. 세상의 모든 지도자가 세종만큼만 잘 해 준다면 독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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