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나딘 고디머 엮음, 이소영.정혜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만든 취지가 너무 좋았다. "유명 가수들이 모여 자선 공연을 하는 것처럼 작가들도 이 세상을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으로 199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가 주축이 되어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글 모음. 저자들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다. 이 글모음의 주축이 된 나딘 고디머를 비롯하여 주제 사라마구, 귄터 그라스, 아모스 오즈, 오에 겐자부로, 살만 루슈디 등 21명의 작가. 저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눈이 호사스러웠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도 있고 해마다 그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는 작가도 있고. 유명 작가들의 이름이 한권에 모아진 것만 보고도 괜한 뿌듯함이 느껴졌다.(물론 우리 나라 작가의 이름도 한명쯤 같이 실려 있었으면 하는 욕심과 아쉬움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

 

    하지만 문제는 그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만 주워들었지 그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 책을 만난 나의 고민거리였다. 몇 개월 전에 아모스 오즈의 작품 <지하실의 검은표범>을  읽어보았고,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은 언젠가 펼쳐든 기억은 나는데 끝을 맺은 기억이 없다. 아서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문학교과서엔가 실렸던 작은 부분만을 접해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글은 작가의 생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작품을 읽는데는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매번 하지만 그 생각이 이번처럼 절실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작가 개개인이 그간 써왔던 작품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가 처한 사회적 현실이 어떤 것인지는, 이 책의 각 작품 앞에 실린 서너줄의 작가이력만으론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작가들이 평생 집필한 작품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대표작을 손수 골라 원고료나 저작권료 없이 기꺼이 보내 주어"(p7)서 만들어졌다는 이 책을 나는 "너무 어려워"를 연발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얕은 이해력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몇 작품에 대해 언급해 보자면 이렇다.

폴 서루(Paul Theroux)의 <강아지의 온기>. 한 불임부부가 아이를 "사러"가서 당하게 되는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한테 간질 증상이 있는지 직접 실험할 수도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도 알 수 있어. 유전적 문제가 있는지 가족력도 살펴보고 우울증 증세가 우려되는지도 볼게......후략"(p244)라는 말을 하고 있는 이 부부. 마트에 물건 고르러 가나 싶더니만 "무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것참. 작가가 말하려는 걸 내가 제대로 파악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지만 인과응보다 싶다.

또 이 책에서 자주 보이는 남아공 작가 몇몇의 작품은 아프리카가 처한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은자블로 은데벨레의 <아들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해 어린 아이를 잃게 된 젊은 부부의 분노를, 나딘 고디머의 <최고의 사파리>에서는 내전에 휘말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나마 쉽게 이해하고 웃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우디앨런의 <불합격>. 세살짜리  아들 미샤가 맨해튼 최고의 유치원 입학에 불합격한 사실을 두고 펼치는 보리스 이바노비치와 그의 아내 안나의 과대망상적인 이야기가 참 뭐랄까 씁쓸한 웃음을 안겨준달까?

   "지금까지 이토록 뛰어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책 한권에 수록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p6). 나는 이토록 뛰어난 작가들의 "너무나" 다양한 작품들이었기에 그 다양성에 치여 이야기를 다 이해하진 못 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일일이 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줘야겠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한 바와 내가 이해한 바가 어떻게 다른지 혹은 같은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책 읽기 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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