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 공자에서 정약용까지, 대표 유학자 13인이 말하다
백민정 지음 / 사계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랫만에 나를 향해 높임말을 하고 있는 책을 만났다. 역사서나 인문사회서적들이 주로 "이랬다 저랬다"하고 말을 짧게 끝내는데 비해 "~습니다"로 끝나는 문장을 오랫만에 대하니 어색하기조차 했다. 글쓴이가 대학에서 동양사상을 강의하고 있는 강사라 그런지, 혹은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이란 제목 때문이었는지, 혹은 오랫만에 대하는 높임말로 쓰여진 글이었기 때문인지(세 가지 모두의 이유 때문이겠지..) 책을 펼쳐들자말자, 강의실 한 구석에서 유학자에 대한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말이 아니라, "그래서" 차분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얘길 하고 싶은 것이다.

    글쓴이는 프롤로그에서 2002년 중국인민대학에서 <공자연구원>의 창립 기념식 이야기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공자의 부활에 대한 말문을 트고 있다. 1960-70년대의 문화혁명기를 거치면서 철저히 비판받은 공자 사상의 부활. 내가 아는 짧은 중국사에 대한 지식으로도 근현대에 들어서 공자는 상당한 비판을 받았던 인물로 기억된다. 시대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10-20년대의 신문화운동이 펼쳐진 때에도 공자학설과 존공사상에 대한 비판이 지식인층에서 대두되었다고 배운 기억이 난다.  유학의 발생지라 할 중국에서조차 비판 받아왔던 공자와 유가사상의 화려한 부활.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어서 책을 펼쳐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겐 다소 어려운 "강의"였다. 만약 이 과목을 내가 수강했더라면 결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각 장 도입부에 소개되는 작은 일화는 그나마 이해가 쉬웠지만 본격적인 유학 이론에 대한 설명은 나의 모자라는 이해력으로 다 소화해내기 어려웠다. 이 말을 글쓴이가 들으면 얼마나 답답해할까 싶다. 글쓴이는 최대한 쉬운 단어를 선택하고 여러가지 비유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해주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그 앞에 앉아서는 "잘 모르겠는데요....?"하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거다.

   그러나 정리해보자. 이 책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순자(荀子). 성악설을 주장했고 한비자나 이사와 같은 제자가 있었다는 주워들은 지식으로 나는 그간 순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해를 했던 모양이다. 유학의 이단아이거나 돌연변이 같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고.. 공자와 맹자가 인(仁)과 성선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반해 순자는 그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뭔가 꼬인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가 전국시대 제자백가를 대표할 만한 좨주의 자리에 세번이나 올랐던 인물이라는 것, "제자백가의 모든 사유 경향들을 정합적으로 체계화한 종합자"(p77)였다는 것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또한 순자가 성악설을 주장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다. 어설프게 앎으로서 발생하는 무지 내지는 오해를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p171)는 [대학]의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서도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도 어쩜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고 철학적인 문장을 내 유치한 경험에 빗대어본다. 이 책을 통해 유학에 대해 뭔가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자만 따라 내려갔을 뿐 마음을 담아 글을 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왕수인의 물래이순응(物來而順應)의 상태에는 절대 다다를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3명의 유학자(내겐 이름조차 낯설었던 일본의 두 유학자 "이토 진사이"와 "오규 소라이"를 포함)에 대해 한발 다가선 것으로 이번엔 만족해야 겠다. C+을 받는데도 달게 받아야 할 이해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렇기에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번에 이 책을 펼쳐들면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땐 못하더라도 A-쯤은 받을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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