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이 책의 주무대인 자살가게의 광고문구, 책의 띠지에 둘러진 이 문구가 무척 자극적이다. 책을 충동구매라도 해서 보고 싶게 만드는 문구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독특하지만..  "실패한 삶"이란 것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런 것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살아가면서 한번쯤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해 봤을 법하다. 누구라도 말이다. 2008년의 연초, 지금까지의 내 삶은 주관적으로 봤을 땐 "실패"에 가까운 그것이라고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말해 본다.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자꾸만 이상한 갈림길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내 삶이 더럭 겁이 나기도 한다.
    책 표지에 그려진 음산한 분위기의 인물들. 이 책은 삶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리고 유난히 크게 그려진 저 캐릭터.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이는 거겠지. 책을 읽기 전엔 이 캐릭터조차 내 눈에 침울하고 뭔가 괴기스런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었다. 입에 물고 있는 야릇한 미소조차 자살을 권유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붉은 색의 사과는 그렇다면 독사과? 한입 베어물고 나면 고통없이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이야기의 주무대는 "자살가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준다는" 자살가게. 목매는 밧줄과, 발에 매달고 물에 뛰어들면 가라앉게 만드는 고리 달린 벽돌과, 세푸쿠(할복자살)용 기모노와 칼 세트를 비롯해 각종 독약을 판매하는 자살가게. 10대째 자살로 이어져온 가계의  튀바슈 가문의 사람들.. 아들딸의 이름을 자살한 유명인의 이름 - 반고흐의 이름 뱅상(빈센트), 몬로의 이름 (마를린)으로 지어주는 것으로부터 이 집안의 상황이 대강 엿보인다. 웃음을 부정하는 엉뚱한 모습의 가족들을 보면서 나는 어이없게도 웃음이 나왔다. 깡마른데다 늘 두통에 시달려 머리에다 붕대(?)를 감고 있는 이 집의 첫째 아들 뱅상은 이 집안의 유전적 특성을 가장 완벽하게 물려받은 인물로써 다양한 자살용품을 창안하고 만들어내는 인물. 그가 만든 자살테마파크 모형은 가끔 뉴스에서 보아온 놀이공원에서의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풍자로 보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그런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마릴린 또한 이 가족의 일원으로써 손색이 없다. 비관적이고 절망적인 성격과 행동거지와 말투. 생일축하의 의미가 "살아가야 할 날이 한 해 더 줄었다는 것"인 이 엽기가족으로써 말이다. 하지만 이 집안의 돌연변이라 할 막내아들 알랑- 책 표지에 사과를 들고 있는 그 아이 말이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웃음을 머금고 있는 아이 알랑으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마는, "우리가 제공하는 자살은 철저하게 성공이 보장된 것입니다. 만약 죽지 않는다면 전액 환불이니까요!"(p29)를 자랑하던 자살가게.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앞표지를 다시 보니 사과를 든 알랑의 캐릭터가 희망을 전해주는 듯하다. 보기에 따라서 똑같은 사실조차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살이라는 소재를 가볍고 해학적인 의미에서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가 영화화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옮긴이 성귀수씨의 말마따나  그래!! "웬만하면 자살하지 말자!"  그래도 굳이 해야겠다면, "자살은 노후로 미루세요!"(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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