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바다
예룬 판 하엘러 지음, 사비엔 클레멘트 그림, 이병진 옮김 / 세용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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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 책의 주인공 에밀리오가 느꼈을 감정들에 대해서 "공감"이란 걸 하긴 어려웠다. 에밀리오는 태어날 때부터 듣지를 못했다. 아빠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고, 어린 아들에게 상처 줄 말들만 했다. 그러다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린 아빠. 왜 사라졌는지 그 이유에 대해선 나와있지 않다. 생각해본다. 만약, 내 아이가 귀가 먼 아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하고. 그 역시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기에 덜컥 겁이 난다. 나라고 해서 에밀리오의 아빠보다 좋은 부모가 될 꺼란 확신이 없다. 그래서 그 아이의 아빠를 무작정 비난할 자격이 내겐 없는 것 같다.   "나는 내 귓속이 막혀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막대기를 구하러 해변을 둘아다니던 끝에 두 개를 주워 피가 날 때까지 십분가량이나 양쪽 귓속을 쑤셔댔다." (p28)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안타깝다. 답답한 마음에 그랬겠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소리"라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못한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내게도 답답함이 밀려오는 것 같다.
   에밀리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옆집에 사는 하비에르 아저씨. 바다가 "쏴아쏴아거린다"(p23)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고, 에밀리오의 장애에 대해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던 하비에르 씨가 죽었을 때 어린 에밀리오의 마음 한 켠엔 큰 구멍이 나 버렸을 거다. 아빠보다도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던 그였으니까. 하비에르 아저씨도 엄마도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에밀리오를 채워주는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닐까..?

"세뇨라 안나?"

"에밀리오, 왜 그러니?"

"당신과 함께 춤춰도 될까요?"

"여기엔 음악도 없잖아."

"아뇨. 세뇨라, 있어요. 바다에 귀를 기울여봐요. 쏴아쏴아거리잖아요."(p78)

긴 글에 익숙해졌는지 이야기가 너무 짤막하게 끝나 당황했다. 동화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나는 이야기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짧은 글이었기 때문에 남는 허전함만은 아닐텐데 이유모를 허전함은 왜일까..? 내 마음에 남은 허전함보다 더 많은 허전함을 가졌을 것 같은 에밀리오와 같은 아이들의 삶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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