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 18세기 조선경제학자들의 부국론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조선을 구한 경제학자 13인의 가상좌담"이라는 좌담형식의 글이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있다.  몇 개월 전에, 이미 고인이 된 김구와 여운형, 장준하 선생의 가상대화형식으로 해방 전후의 역사를 다룬 글 [찢겨진 산하]라는 책을 보면서 느꼈던 신선함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도입부로써의 역할을 하는 글이라 비교적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상좌담이지만, 고인이 된 유명인사들의 입을 빌어, 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는 역할의 저자라면 많은 연구를 통해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겠지?  책을 펼쳐들자말자 이 가상좌담 하나만으로 나는 저자의 전문성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참, 단순하고도 비약적인 사고를 가졌다.ㅠ) 가상 좌담의 화자 개개인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 없이는 "가상좌담"이라는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본론이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은 이지함에서부터 박규수에 이르기까지 조선을 대표할만한 13명의 경제사상가에 대한 글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면, 나 같이 역사에 대해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인물들을 시대순으로 배열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 나의 단순한 이해력으론 각 인물에 대한 순서매김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에.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은 누구"의 이야기를 하려면 이야기의 선후관계가 파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돼 다소 어려웠다.

    김육. "경제사학자들은 조선의 17세기를 '대동법을 둘러싼 대논쟁의 시대'라고 부른다."(p43). 시대를 막론하고 기득권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와의 투쟁은 비일비재했던 모양이다. 대동법 시행에 한 세기의 논쟁이 필요했던 것을 보면. "그가 그토록 끈질기고 집요하게 대동법 시행을 주장한 이유 역시 먼저 백성의 삶이 안정되고 나라에 대한 원망이 없어져야 나라의 재정과 경제 또한 부유해지고 안정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p57).  다른 위정자들은 뭘했나? 이 분 좀 도와드리지, 자기 것 챙기느라 백성들 따위는 관심 밖이었던가..?

   채제공. 조선 후기의 위대한 군주로 손꼽히는 정조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주워들어 그나마 아는 게 있지만 채제공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다. "이 사람도 백성이고 저 사람도 백성인데, 어찌 차별을 둘 수 있겠는가!"(p79)라는 그의 말이 그 사상을 대표하는 듯 하다. 위대한 군주 정조 뒤에는 채제공과 같은 애민 정신을 가진 정승이 있었구나.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빙허각 이씨.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인물이다. 조선시대 전체 역사를 둘러보아도 몇 안 되는 여인들의 이름. 유일하게 남은 여성 경제가로써의 업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겐 그녀의 간단한 연보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824년. 세상을 떠났다. 자신보다 2년 먼저 죽은 남편을 위해 <절명사>를 짓고 모든일을 끊은 다음, 머리를 빗지 않고 얼굴도 씻지 않은 채 자리에 누워 지낸 지 19개월만에 남편의 뒤를 따랐다."(p103)는...

  이중환부터 이 후의 장들에 소개되는 사상가들 대부분이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았던, 정치현장에서 배척당했거나 혹은 스스로 정치에 대한 뜻을 접었던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유배와 "그 후 정치적 재기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몸을 의지할 곳을 찾아 전국을 방랑하고 다녀야했"던 이중환이 쓴 <택리지>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아픔 같은 것이 책 속에서 묻어날 것 같은 생각이든다.  중농학파, 중상학파, 혹은 북학파, 경세치용학파 등 실학의 각 분파로써 국사시험 단골문제였던 18세기, 19세기의 눈에 익은 사상가들의 이름도 한 장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익, 박지원, 박제가, 유수원,  유형원, 서유구, 정약용 등. 국사시간에도 경제사적인 이야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역시나 흥미와 관심의 부족 탓인지 내겐 약간은 어려운 책이었다. 이 책에도 종종 소개되고 있었지만, "그들이 숨겨진 이야기나 재미있는 일화"가 조금 더 소개되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힐 만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토정 이지함이 밥 굶는 백성들을 위해 솥뚜껑 같이 생긴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다녔다더라는 식의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의 애민정신을 읽어낼 수 있는 일화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경제학은 서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프롤로그)는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에게도 비록 시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고, 시행되지 못한 것일지라도 서양에 떨어지지 않는 경제의 역사를 보게 되었다. 역사와 그 속의 경제를 함께 아울러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나의 경제마인드 부족으로 쉽사리 책장을 넘기지는 못했다.. 다음 번에 펼쳐들었을 땐 좀더 쉽게 읽을 정도가 내가 성장해 있길 바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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