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여행을 멈추다 - 멈추는 순간 시작된 메이의 진짜 여행기
메이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인도"라는 말이 들어가는 걸 보니 여행기겠거니 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인도로 여행을 가서, 어디서 무엇을 보고, 어디 가면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기념품을 샀고, 여권 혹은 지갑을 잃어버려서 엄청 고생했다는 류의 여행기를 생각하고 책을 펼쳐들었던 게 사실이다. 왠걸..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류의 여행기가 아니었다. 이 책은 인도여행기가 아니라 인도로 살러간(?) 서른 넘은 한 여인네의 이야기다.  "밥을 먹어도 졸리고, 일을 해도 졸리고, 친구를 만나도 꾸벅꾸벅 졸기만 하는 증세"(프롤로그 중에서)로 시달리던 그녀 메이(글쓴이의 영어식 이름이란다.),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인도로.. 오르차의 골릴끼또리아 언덕에서 너무나도 어설픈 음악쇼를 접하면서 달라져버린 그녀의 여행. 거기에서 그녀는 soul mate 람을 만났다. "인도인은 인도인을 돕지 않는다."(p40)는데 인도인을 돕고 있는 인도인 "람"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인도?"라면 불교의 발상지, 아소카왕, 간다라 미술, 무굴제국, 타지마할, 인도의 식민지, 세포이항쟁, 갠지스강 같이 누구나 뻔히 떠올릴만한 단어 몇 개가 인도에 관한 내 지식의 전부다. 이 책에 나오는 "그들"이 인도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인도 사람들의 생활의 단면을 보았다. 아직은 가난하고, 인습에 얽매여 사는 그들의 모습을.. 람의 모습에 감동한 그녀는 인도인의 작은 시골 마을 골릴끼또리아에 정착했다. 인도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건 완전 [상록수]야, [상록수].(-p84)" 골릴끼또리아에 정착(?)한 또 한 명의 한국인 지니의 말마따나 람과 메이가 골릴끼또리아에서 하는 일은 완전 [상록수]의 그걸 떠올리게 한다. 가난하고, 삶에 대한 개선 의지도 그닥 없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음악쇼를 열어서 돈을 벌게 하고, 학교를 열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난치병으로 아기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도박을 하던 아기의 아버지, 남편에게 새 애인이 생겨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임신한 채로 이혼당한 깔라푸나, 카스트가 달라서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포기했던 람,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역시나 카스트가 달라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하고 살인자까지 된 젠틀바이삽의 삶.. "인도에서는 결혼하려면 상대방과 카스트, 종교, 지역, 언어가 맞아야 한다."(p139)는데 아직도 스스로를 옭아매는 틀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프리랜서 플래시 애니메이터 였던"(프롤로그 중) 그녀라 그런지 책에 그려진 인도에서의 생활을 그린 "만화"를 보며 혼자 낄낄대기도 했다. 어수선한 공항에서 출국 혹은 귀국을 기념하여 찍은 사진도 없고, 타지마할 앞에서 찍은 사진도 없지만, 이 책에는 인도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가 경험한 인도에서의 생활이 내겐 약간은 충격이었다. 대충 배낭 하나 둘러매고 비행기 타고 가면 되는 나라가 인도인 줄 알았는데, "인도"에 대해서 다른 각도로 생각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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