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 - 우리가 몰랐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 개정판
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쿠바를 야구, 시가, 사탕수수의 나라로 기억한다."(-머리말 중). 어? 쿠바가 야구를 잘해? 시가라면 담배? 사탕수수도 많이 나는구나.. "사람들은-"이라고 일반대명사로 머리말을 시작하고 있는데 나는 그 "사람들"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 모양인지 쿠바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아니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어디서 주워들은 체 게바라(그의 전기도 유행따라 펼쳐들었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말았다.)라는 특이한 이름과 '역사 속 오늘'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사건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으니.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의 무지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은 기대감에 무척 고마웠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었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땐 지도책 한권이 필요하다. 여러번 들어보아도 헷갈리는 지명들 - 지브롤터 해협이나 바하마 군도, 다르다넬스 해협과 내가 사는 곳이랑은 좀 먼-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확인하고 머리속에 제대로 각인시킬려면.. 지도책을 펼쳐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쿠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역사와 문화, 설탕과 시가, 럼주, 아프리카 흑인 노예와 중국 쿨리, 종교와 이웃나라 미국과의 관계, 음악,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나 같이 쿠바에 대해 "거의" 백지 상태에 가까운 사람에겐 꽤나 도움이 될 법한 책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아, 그렇구나.'를 연발했다.

   "17세기의 카리브 해는 해적들과 제국주의 지방귀족들의 낙원이었다."(-p21) 아.. 조니뎁의 유명한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시리즈가 이 당시를 배경으로 한 것이구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서 영화를 즐겼던 것이란 말인가..? 나만 몰랐던 거야?!!! 이 책에서는 쿠바의 인구수와 인구구성, 국조(國鳥), 면적과 생태환경, 행정구역에 대해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나의 백지(白紙)를 채워주고 있다.

  역시나 제국주의가 문제다. 스페인의 코르테스가 점령하기 전에는 11만여의 원주민이 평화롭게 살았다는데 1560년대에는 거의 전멸했단다. 황금을 찾기 위한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침략은 무자비하고 잔인한 것이었다. 소토라는 사람 역시 쿠바 총독으로 있다가 현재의 미국 땅에서 전설의 7개 황금도시를 찾으려다 결국은 병에 걸려 미시시피강유역에서 죽고 말았단다. 그의 아내 이사벨이 남편을 기다리다, 그의 사망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p46)"라 표현하고 있는데 나는 왜 그닥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을까..? 오히려 그의 손에 죽었을 수많은 이름없는 인디언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봐요. 이사벨라! 당신 남편 때문에 죽어간 인디언들의 아내도 당신같은 심정이었을 거라구요!

   처음에는 유럽인들에게 호기심이었고, 그 다음엔 중독이었고, 쿠바인들에게는 스페인 식민지를 무너뜨리는 독립혁명의 상징이었다는 시가. 쿠바의 시가 브랜드가 그렇게 유명하구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이이다.  노예.  서양역사를 들여다보며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바로 노예. 이런 식으로 얘한다면 서양사람들은  도덕정치를 지향한 동양에서의 노비는 어떻게 설명할꺼냐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쿠바에 도착한 흑인노예들은 과도한 노동과 영양부족으로 평균 7년밖에 살지 못했다. 흑인노예는 주로 광산, 목장,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에 14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 그러나 먹는 것은 형편없었고 거의 반나체로 허접한 움막에서 살았다."(p80)

   아프리카에서 짐짝마냥 배에 실려 왔던 흑인노예들과 그들을 대체한 중국인 쿨리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이 뒤섞여 쿠바의 역사를 만들어왔구나. 그렇게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산테리아라는 특이한 종교의식과 쿠바의 독특한 음악의 구성요소가 되었나보다. 5장에서는 현대 쿠바의 정치와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동안 쿠바의 역사를 잘 몰랐기에 내겐 다소 복잡하고 어렵고 생소했다. 6장은 쿠바의 음악. 이 주제 역시 평소 내 관심사가 아니어선지 다른 주제보다 흥미가 덜 했지만, 그랬기에 오히려 더 유익한 내용이엇다. 5장과 6장은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7장. 매혹의 땅,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에서는 네명의 유명인사가 소개되고 있는데 내겐 쿠바와 관련된 헤밍웨이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아. 쿠바!  전엔 미국 근처 어디쯤에 있는 나라 정도로만 알았던 그 쿠바가 이젠 내게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나만큼이나 '쿠바'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면 읽어보라. 꽤 괜찮은 쿠바 참고서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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