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라 - 65인의 큰스님들이 남긴 열반송 이야기
이상철 지음, 이상엽 사진 / 이른아침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열반송(涅槃頌)이란 말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열반송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침묵의 언어입니다. 정적과 같았던 삶의 끝에서 외치는 생의 노래이자,

세상 끝에서 홀로 읊는 시 한자락입니다. 우리는 열반송을 통해 치열한 수행  끝에 홀로 깨달음을 얻은 선승들의

삶의 흔적과 선(禪)의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책 5쪽-

나는 절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어릴 땐 "절냄새"라고 불렀던 향냄새도 좋아하고,

예불 후의 나물 비빔밥 공양도 좋아한다. 절이 주는 고즈넉함과 배타적이지 않고 언제나 누구라도 받아줄 것만

같은 절의 넉넉함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절에 종종 가 보았고, 커서도 절에 갈 일은 자주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절에 기거하시는 스님을 가까이서 뵐 일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절에 큰 행사가 있을 땐 그저 먼발치에서 스님을 뵐 수 있을 뿐이었고,

큰 절에 계시는 스님들은 왠지 사무적(?)인 모습에 가까이 대할 일이 없었고.

이 책엔 65인의 큰 스님들의 열반송과, 일화 또는 법문으로 보는 각 스님 이야기,

그리고 각 스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사진과 함께 곁들여져 있다.

책을 읽으며 그간 생각해보지 않았던 "승려"로써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전직 교사로, 판사로, 혹은 범인(凡人)으로 살아가던 그들은 왜 승려의 길을 택했던 것일까..?

끊임없는 수행과 정진 속에서 그들이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큰 스님들의 다양한 면모도 볼 수 있었다.

돈오점수-돈오돈수 논쟁의 주인공 성철스님,

쌀을 훔쳐가는 강도에게 반찬값도 가져가라고 하셨다는 비룡스님,

폭설이 내리는 밤에도 참선에 열중하더 눈에 파묻혀 눈사람이 되기도 했었다는 석우스님,

전직 판사로 근무하다 "사형선고"를 내린 것에 회의를 품고 출가하셨다는 효봉스님,

시골장에서 할머니들의 노점에서 물건들을 다 사들였다는 월하스님 .......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큰 스님들의 행적 중에서도 아직 미혹한 중생인 내겐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더 많은 가르침을 주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책에는 그야말로 "그림 같은 사진"들이 여러 편 실려 있는데, 그 사진들 역시 한점한점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

어디서 찍은 사진이라는 언급만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큰 스님들의 깊은 면모를 살피는 데엔 약간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내 생각과 함께 책장을 잠시 덮어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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