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광인 - 상 - 백탑파白塔派, 그 세 번째 이야기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이었던가, tv문학관에서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이란 작품을 본 적이 있었다. 
 
모독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과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에 얽힌 이야기였는데,

제목조차 특이한 이 이야기는 기존에 흔히 보던 사극과는 관점도 무척 다르고,

구성도 독특해서 원작은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 책 [열하광인]을 펼쳐드니

책 앞날개에 작가 "김탁환"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1968년생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놀랐고,

장편소설[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을 쓴 작가라는 점에서 또 한번 놀랐다.

상당히 도시적인 인상을 가진 프로필 사진 때문일까..?

예전에 드라마로 각색된 것이긴 하지만,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을 보면서, 

원작자가 꽤 연세가 있으신 분일꺼라 생각했었는데, 내 예상과 너무 달라서..

작가 김탁환에 대해 "몰.랐.다."는 이런 나의 고백은 내 독서이력의 얄팍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겠지?  

이미 [리심, 파리의 조선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불멸의 이순신],

[허균, 최후의 19일], [압록강], [독도평전],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등을 통해, 독서가들에겐 이미 유명한 소설가인데, 

나는 이제야 소설가 "김탁환"의 작품에 살짝 발을 담궈보았으니..

각설하고, 이 작품은 박지원의 유명한 기행문 [열하일기]와 정조의 문체반정에 얽힌

이야기를 추리소설로 풀어낸 작품이다.

역사소설과 추리소설.. 내 짧은 독서이력에 불구하고,

몇 편의 역사소설을 읽어보았고, 추리소설도 몇 편 읽어보았으나, 

생각해 보니 역사추리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접해본 형식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내겐 무척 신선했다.

주인공 이명방을 비롯, 간서치 이덕무, 조명수, 명은주, 홍인태 등

"열하"에 미친 사람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일련의 사건들,

상반된 진술과 증거들은 예전에 유행했던 불신게임의 한 가운데에라도 선 마냥

나를 긴장시켰다.

범인이 누구일까를 계속 추적해야 하는 상황,

나의 추리력이 부족한 탓일까 나는 끝까지 범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끝까지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것..

작가가 이끄는대로 끌려다니다가 결말에 가서야 뒤통수를 얻어맞고 마는.. 

범인이 누구일까 싶어서 손은 계속 끝부분을 펼쳐들고, 마음은 그 손을 뜯어말리고,

머리는 범인을 추격하기 바쁘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뜻밖의 반전에 무릎을 탁 치는 나..

짧은 각주이긴 하지만 511개의 각주는 문장 하나하나가 현장감과 시대상을

반영한 그 시대의 언어로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공부하고,

연구해서 이 책을 썼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옛말, 재미난 표현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책을 읽고 나니 소설가 "김탁환"의 매력에 푹 빠져든 것 같다. 

더불어 여러가지 숙제도 함께 던져 주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 여러번 인용된, 나는 읽다가 만 [열하일기]를 다시 한번 펴서 읽어야만 할 것 같고,

김탁환의 다른 소설들 특히나, 백탑파를 다룬 시리즈적인 성격을 가진

전편인 것 같은 [방각본 살인사건]과 [열녀문의 비밀]도 읽어야 [열하광인]을

제대로 읽은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독서의 또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해 준 책 [열하광인]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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