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다. 올해는 한글날이 일요일이라 내일이 월요일임에도 대체 휴일로 하루 더 쉰다.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니라 한글의 소중함과 편리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날인 것 같다.
책을 한 권 읽었다.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맞춤법 & 띄어쓰기 100>. 한글날을 맞아 이보다 더 적절한 책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스스로를 칭찬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줍잖게나마 이 서평을 쓰려고 하니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인다.
사실 이 책을 펴보기 전에 나는 맞춤법? 나 정도면 양반 아닌가? 잘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내가 굳이 더 알아낼 것이 있을까? 하는 다소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이 책을 한장한장 넘겨 읽으면서 내가 가진 자신감이 근거없는 자신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디자인이나 색상 이 정도면 문안한 것 같습니다."와 같은 상품평을 보다가 "문안"하다고? 뭣이? 디자인이나 색상이 구매자한테 "문안"을 한다는 말인가 하고 이렇게까지 무식하고 용감한 사람들이 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일 뿐. 나는 결재와 결제의 차이점을 정확히 몰랐고, "로서"와 "로써"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여전히 어렵다.
이 책은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이 간단명료하다. 이 책은 제목이 알려주고 있는 것과 같이 평소 우리가 정말 자주 쓰지만,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맞춤법 80가지와 띄어쓰기 20가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랜만"이 맞는 말일까? "오랫만"이 맞는 말일까? "왠"과 "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뒤, 그 이후에는 굳어져버린 습관을 의심하지 않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의 언어 수준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자주 했다.
글쓴이는 1장 맞춤법을 꼭 지켜야 하는 이유에서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에서 한 말을 인용하고 있다. "내가 쓰는 언어가 내 지위를 드러낸다."(p22)라고. 내가 평소에 문안하다와 무난하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눈 아래로 본 것처럼. 한글날에 나의 한글 사용에 대해서 돌아보게 한 책. 이 책은 옆에 두고 자주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