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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그리워졌다 - 인생이 허기질 때 나를 지켜주는 음식
김용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평점 :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게 된 시간이 얼마쯤 됐을까.
1년전만해도 나는 끼니를 내 손으로 제대로 챙겨 먹어 본적이 거의 없었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외식, 배달, 외식 배달이 일반적인 루틴이었다.
한번 장을 봐서 음식을 해도 먹는 것보다 버리는 양이 많았고
음식을 하느라 시간을 쓰는 것도 아깝다 생각하던 때였다.
삼시세끼 끼니를 챙기는게 아니라 시간도 들쑥날쑥
그저 먹고 싶고 입에 맞는 자극적이고 열량이 높은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가 맞는 것 같다.
그런 생활이 십년도 훌쩍 넘어가자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검사하면 크게 이상이 있는 곳은 없었지만
면역과 관련된 이름도 처음 듣는 질병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에 짧은 입원과 퇴원이 반복되기 시작하고
일상도 힘들고 무기력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나는 드디어 '집밥'이라는 것을 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집밥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에 도전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밥이 그리워졌다]의 글들 처럼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철학이나 소중함은 깨달을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다.
집밥생활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난 지금 고작 깨달은 정도는
음식을 하는데 얼마나 큰 노고가 필요한지, 어려운 일인지 정도이다.
식단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준비하고, 재료를 다듬은 후
요리를 하고, 잠깐 요리를 먹은 뒤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하기까지
정말 상상도 못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과 여전히 힘들다는 것ㅋ
이제서야 음식을 먹는 것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 재료들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노고와 음식물 쓰레기가 된 후의 노고까지 더한다면
정말 먹는 것에 대한 의미와 음식에 담긴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정도의 자각을 시작했을 뿐이다.
[밥이 그리워졌다]에서는 일찍이 음식에 대한 철학을 깨달은 작가님이
기억할만한 음식 50가지에 관한 이야기와 추억과 그 의미를 이야기하는 산문집이다.
익숙하고도 익숙한 음식속에서 엄마의 마음과 인생, 그리고 추억을 소환한다.
더 나아가서는 음식은 어떤 생명의 죽음이 깃들어 있고,
나의 생명이 누군가의 생명에 빚진 대가라고 생각한다며
음식 앞에서 장엄한 슬픔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신산스럽고 성스럽기까지한지를 이야기하는
너무 솔직하고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이야기하는
조금은 과격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문체에서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50가지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상추쌈'에 관한 이야기였다.
상추쌈은 어떤 것을 다 싸 넣어도 되는 한국의 '보자기'를 닮았다라고
표현하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크든 작든 모든 것을 감싸줄 것 같은 것이 엄마라는 생각이 들어
상추쌈을 먹으며 고향과 엄마생각을 한다는 작가님의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런 것만 같아 고개가 끄덕거려지고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50가지 음식에 대한 작가님의 추억을 듣고나니
음식에 대한 관점을 좀 더 감사히, 정성껏 준비하고 먹어야 하는쪽으로
자주 생각하고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엄마는 텃밭에서 기른 열가지정도의 식재료를 정성껏 손질해서 왔는데
그 재료들 속에 엄마의 마음이 보여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든다.
평소에도 엄마의 텃밭재료들은 감사한 마음이 컸는데
오늘은 책을 읽은 직후라 그런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작가님처럼 모든 음식에 빚을 지고있다 생각하며 먹고 생각할 수는 없더라도
앞으로는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는 말을 가끔씩이라도 떠올리며
좀 더 좋은 식재료로 좋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음식에 대한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