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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성격이 못되고
누군가를 미워할 만큼 내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성격도 아니라
미워한다는 감정을 잘 모르고 살아온 것 같다.
무조건 좋아하고 믿거나, 그저 관심이 주지 않는 쪽으로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 난생 처음으로 인생의 의욕을 모두 앗아갈 만큼
누군가를 미워하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고
내 모든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일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그저 처음에는 누군가가 조금 미웠을 뿐인데
누군가를 미워하는 그런 감정은 내 마음과 몸, 일상을 병들게 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될 일들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내가 한심하고 미워져 일상을 망가트리고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우울한 시간들이 지속 됐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을 겪어 봤고, 지금은 미움이라는 감정이 아닌
무기력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사람을 미워하는 다정한 방식'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사람을 어떻게 다정하게 미워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처음으로 겪었던 그런 소용돌이 같은 감정들을
조금은 잘 다스릴 수 있었을지 않았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어갔다.
'사람을 미워하는 다정한 방식'이라는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비공개로 돌려놓은 일기장의 글들을 정리해서 묶어둔 책이라고 한다.
지나간 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저자의 그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예상대로 저자는 그런 글들을 읽으며
상상도 못할 슬픔을 다시 들춰내는 과정이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일기장에 기록 된 지금은 남이 된,
누군인지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과,
그들로 인해 겪었던 아픔들이 조금은 감사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구체적인 사건과 대상이 없는 글들이 대부분이라 처음 글을 읽을 때는
궁금한 마음이 더 많이 들었지만 산문도 아닌 일기도 아닌 소설도 아닌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글들로 인해
오히려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잘 느껴지기도 했던 책이 아닐까 싶다.
상실과 무기력에 관한 마음으로 종잡을 수 없는 지금의 내 마음들을
저자처럼 누군가 보지 못하는 비공개 글들로 정리를 하면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