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엌
오수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쓰며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성정소설을 써보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작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여성이라고 해서 소녀에서 갑자기 어머니로 질적 진화하는 놀라운 능력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소년이 어른이 되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이 소녀의 경우에는 생략되었을 뿐이다. 나는 다 늙어서라도 그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녀의 모습으로 부엌을 가진 여성은 그것을 차지하려는 성격이 다른 두 남자, 그리고 그녀가 가진 부엌으로 신분을 가늠하려는 여성들 사이에서 어머니가 아닌, 여성으로 커가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직접 겪었을 그 경험들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녹녹한 감촉을 주고 있다.
사회에서 여성은 소녀에서 바로 어머니가 된다. 그 사이 여성은 팜프파탈이 되어 남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남성의 보호 아래 있는 순수의 존재인 소녀, 남성을 보호해주는 포근한 어머니. 오직 이런 두 가지 이미지만이 남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인 것이다. 그 외에 보이는 여성의 모습은 모두 이야기 될 수 없는,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여성의 모습인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남성의 모습은 참 다양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중성적 매력을 품고 있는 소년과 젊음의 상징이 되는 청년,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아버지, 권력의 상징이 되는 할아버지. 남성은 마다 한 번쯤 어떠한 감투를 쓰고라도 다루어진다. 그러나 여성은? 여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남성이 수용하는 모습은 두 가지이지만, 그 두 모습으로만 여성이 이루어진다면 남성은 그것을 참아내지 못할 것이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한 인간이 성장하는데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외면적 일이기도 하고, 내면적 일이기도 하다. 외면적, 내면적으로 변화를 거치는 과정 하나하나는 모두 중요한 과정이다. 그것들이 모여 한 인간을 이루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루어진 인간은 소년이든 소녀이든, 어머니이든 아버지이든 모두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