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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웨딩 - Silent Wedd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암튼, 그래서 제목과 전체 내용만 대충 확인하고 본 것이 '사일런트 웨딩'
알고보니 cgv에서 하는 무슨 특별 영화전 작품이었고,
그래서인지 토욜임에도 자리는 텅텅
어쨋든 영화는 시작됐다
1. 유명인사의 죽음과 나의 결혼
영화는 간단히 말해서, 루마니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마을 공식 커플이던 남녀가 결혼을 하려는 그날, 스탈린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모든 행동은 금지되고 7일간 애도의 기간으로서 애도집회만 허용되어 결혼식을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소 한 마리, 돼지 두 마리를 잡아 음식을 차리고 먼 곳에서 친척들은 다 모였다. 이들이 선택한 길은 유리잔을 헝겊으로 감싸고, 의자 다리도 헝겊으로 감싸고, 소리나는 포크 대신 손으로 음식을 먹고, 이렇게 조용히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결혼식, 모두 불편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에라, 못참겠다. 이들은 그냥 신나게 놀아버린다. 그리고 탱크가 집으로 들어오고, 남자들을 모두 잡아간다.
우리 부모님은 고 박정희 전대통령이 서거하고 그 애도기간에 결혼을 했다. 어머니 말씀으론 당시 결혼식을 미뤄야 할까봐 조마조마 했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스탈린의 죽음보다 망나니 같던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춤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는 스탈린의 죽음을 앞세워 모든 행위를 통제한다. 그들에게 스탈린의 죽음은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하다. 정말?
마을에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여자가 한 명 있다. 늘 숲을 헤매는 그녀가 그들의 결혼식 며칠 전에 살해되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있던 훈장. 그것은 스탈린의 죽음을 전하러 온 러시아 장교의 것이었다. 그는 모든 행위를 금지시킨 스탈린의 죽음을 전하러 그 마을에 와서, 무엇을 한 것일까.
2. 눈에 보이는 것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을의 공산당원 대장은 원래 마을 하인 노릇하던 남자이다. 그래서 늘 마을 사내들에게 놀림받고 조롱당한다. 그들에게 공산당은 배우지 못한 놈이 뭐 한다고 설치지만 쓰잘데기 없는 것일 뿐이다. 미국이 무엇이고,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공산당 정책으로 문화 어쩌구 해서 마을에 영화를 상영해준다.
그런데 그날은 써커스가 오는 날이었다.
영화를 보던 마을 주민들은 여주인공의 슬픈 눈빛에 소매를 훔쳤지만, 화려한 불과 이국의 미녀, 거대한 코끼리를 앞세워 지나가는 써커스단에게 금세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영상은 훌륭한 환상이고 시각적 자극이 되지만
당장 내 눈 앞에 존재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먼곳의 슬픔에 눈물짓기보다는 가까운 곳의 기쁨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또한 먼곳의 기쁨에 환호하기보다는 가까운 곳의 슬픔에 눈물짓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은 그저 가까운 곳의 기쁨을 즐겼을 뿐이고, 먼곳의 슬픔은 그들에게 가까운 곳의 슬픔을 안겨주었다.
마을 남자들이 모두 끌려간 후로 그 마을은 과부마을이 되었고,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마을을 부수고 공장이 들어섰다가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공장을 부수고 휴양시설을 만든다 한다.
폐허에 남은 과부들은 빼앗긴 기쁨을 언제 찾을 수 있을까.
3. 낯선
정확히 러시아 영화인지 루마니아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어쨋든 배경은 1950년대 루마니아 인데...
이런 얘길 하는 건 어쨋든 낯선 부분들 때문이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마을 처녀가 죽은 후, 귀신인듯 마을에 나타나는 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겠다.
또 중간에 영화 상영 전 공산당원들이 마치 채플린의 꽁트 마냥 움직이는 것과 부분부분 마치 무언극처럼 구성된 것들은 재밌긴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좀 모호하다.
아주 간결한 서사를 영화로 구성하며 이런저런 표현을 시도한건가? 아님 어떤 의미가 있는건가?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이해 가기도 하고, 좀 의아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들의 조용한 결혼식 장면은 참 즐거웠다.
그 전에 술집에서의 장면도 재밌었다.
그 부분들이 없었다면 좀 밋밋했을 영화.
근데 왜 별점에 반개는 없을까? 딱 별 세 개 반 주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