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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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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나귀, 여우가 함께 사냥을 했다. 수확물을 많이 얻은 후 사자는 나귀에게 그것을 분배해 보라고 했다. 나귀는 셋이 함께 잡았으므로 나누는 것도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수확물을 정확히 삼등분했다. 사자는 화가 나서 나귀를 잡아먹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 다시 여우에게 사냥감을 나누어 보라고 했다. 여우는 자신의 몫으로 아주 조금만 놔두고 나머지는 몽땅 사자에게 돌렸다. 이를 보고 매우 만족한 사자가 여우에게 물었다. "아주 잘했다. 그런데 누가 이런 걸 가르쳐 줬지?" 여우가 대답했다. "죽은 나귀가 가르쳐 주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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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게 들어온 이솝 우화 중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이솝 우화는 정직, 지혜 등의 덕목을 교훈으로 준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자주 들려주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 책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재직 중인 주경철 교수가 역사 강의 시간에 학생들과 토론했던 소재를 모은 책입니다. 문학 작품과 영화 이야기와 함께 그것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있던 25여 권의 문학 작품의 역사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이솝 우화에서부터 중국의 현대 소설까지 다양한 시대상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솝 우화의 진실된 모습은?
이솝 우화로 돌아가보면, 이솝은 그리스 시대의 노예 신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대 노예는 다양한 직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솝은 당대 그리스 최고의 작가였지만, 노예에겐 냉엄한 현실을 느끼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사실 이솝 우화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른 생활 교훈용 이야기는 극히 드문 데다가, 그 중 몇몇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출판되면서 각색되었을 가능성도 크다고 합니다.)
이솝은 현실은 냉혹하고, 법과 정의가 항상 실현되지 않는다는- 다소 냉소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착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고 그곳에 맞게 살아가라고 조언합니다.
「미녀와 야수」의 삽화. 월터 크래인의 그림, 1874년. - p.116
이처럼 이 책에는 흔히 알고 있는 문학 작품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푸른 수염』과 『드라큘라』가 담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편파적인 시각, 『보물섬』과 『해저 2만리』에 숨어 있는 제국주의, 『분노의 포도』가 드러내는 시대의 아픔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프랑스 혁명 연보, 멕시코 전쟁부터 1850년대 타협까지 등 본문에 나왔던 역사에 대해 따로 자세히 설명하기도 합니다.
책의 삽화나 내용과 관련있는 그림, 영화의 장면 등이 실려 있고, 각 챕터가 짧으며, 총 271페이지로 비교적 얇은 책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문학 작품을 대하면서 글이 쓰여진 시대상을 함께 읽는 자세를 보여준다는 점이 유익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가볍게 읽을 수 있겠지만, 기대했던 만큼 깊이 있는 역사 지식을 얻을 수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문학을 더욱 깊이 접하기 시작하는 청소년이나 책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