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최근 들어 ‘스트레스’를 주제로 강연할 기회가 많은데, 한번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저는 병이 들 정도로 일만 해서 나름 성과도 올리고 주위의 신뢰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우울증에 걸려 휴직하면서 모든 걸 잃었어요. 다시 이전처럼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그의 말투는 진지하고 절실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대답 했다.

 

“몸과 마음이 비명을 지르는 건 일단 멈추라는 절규예요. 이대로는 안 된다고 브레이크를 거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멈추는 데 의미가 있어요. 이제까지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일, 가족,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보다 활기차게 살기 위한 준비 기간인 거죠. 새로운 자신이 되어 재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세요.”

 

남성의 스트레스를 주제로 책을 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남성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과거의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 사라지고 인원감축의 돌풍이 불어대는 가운데 유통수단 변화로 기존의 영업 방식과 홍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요인이 넘쳐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살리지 못해 자존심이 무너지거나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치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정체성을 잃는다.

나는 원래 여성의 스트레스성 질환을 치료해왔다. 1985년 남녀고용균등법이 시행되고 삶의 선택지가 증가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남성은 집 밖, 여성은 집 안’이라는 지금까지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정도 일도 모두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고, 전업주부는 자녀가 성장한 후 정신적육체적 이상을 겪으면서 새로운 생활 방식을 모색했다.

 

그 무렵 남성들은 어땠을까.

 

여성을 통해 본 남성들은 자신의 자리, 즉 일터에서 자리를 지키고 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한 단계 위로 오르기 위한 과정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나 당시에는 정상까지 오르지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강제적으로 퇴출되는 일은 없었다.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평생 먹고사는 건 보장됐고, 병에 걸리거나 다치거나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하지 않는 한 자리를 잃을 염려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남자들은 일류 대학을 나와 일류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스트레스는 술과 담배, 동료와의 푸념으로 달래며 생활을 지켜왔다. 정리해고 역시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웬만한 기분 전환으로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자들은 무조건 강해야 했다. 힘들다, 괴롭다는 감정과는 거리를 두고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무장하며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는 한번 무너지면 쉽게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하게 버티기보다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한 회복력이 필요하며, 예방을 위해 마음의 생활 습관을 다잡는 게 중요하다. 회복력은 그 사람의 성격 유형과 행동 방식, 사물을 보는 유연성, 주위와의 관계가 핵심이며 직장 내 스트레스의 경우 상사나 동료의 성격 유형과 행동 방식, 지원, 직장 환경 등도 관련돼 있다.

 

이 책은 남성의 스트레스 요인을 정체성의 위기로 인식하고 그로부터 회복하기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회복력은 누구나 갖고 있다. 자신의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을 의식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면 지금의 문제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남자는 강하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주술에서 벗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회복력과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아픔을 부인하지 않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나스타시아 2016-10-1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