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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크 엡스타인 지음, 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이 책은 불교의 종교적 특성을 트라우마와 관련지어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렇게 띠는 종교적 색채가 개인적으로는 가톨릭 신자임에도 전혀 아무런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잘 읽혀지고 받아들여졌다.
사실 '붓다'라는 이름이 생소하고 낯설었던 첫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인터넷을 먼저 찾아봤을 정도이다.
붓다라는 이름은 부처를 뜻하는 말로 석가모니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이 초년 10여년간의 행했던 진료에서의 마음가짐과 10년이 넘은 후의 진료에서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차이를 갖게 되었는를 이 책의 서문에서 먼저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나 또한 정신과에서 수년간 근무를 했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저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이론과 이야기들을 접목시켜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어서 더 실제적으로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많이 다루고 연구되는 각종 정신 질환 치료나 심리 치료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접하고 있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렇게 불교심리학이라는 용어로 또 하나의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 방법과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니, 정신분석이나 심리치료에 있어서 종교적인 접근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은 좀 없어져야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명 저자는 현대 의학에 바탕을 둔 정신과 의사이지만 붓다의 불교적 이론과 그에 근거한 불교적 심리학에 매우 심취해 있는 듯 하다.
이런 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단편적인 이론과 시선으로 치료라는 명목하에 사람들의 아픈 마음에 다가가는 것보다 좀 더 폭 넓고 다양한 시선과 방식으로 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트라우마를 인식하고 이것을 다루는 것에 대해 붓다의 이야기를 빌리고 있기도 하지만, 더불어 보통의 경우엔 쉽게 알 수 없었던 붓다의 출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해 그의 수많은 일화들을 제법 많이 언급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붓다의 일생기록을 함께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 이또한 매우 좋았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적 분야가 붓다의 가르침과 만나다 보니, 관련 학문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이들이게는 어쩌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살면서 한번쯤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보고 싶은데도 마주 할 수 없었다면, 그래서 조금도 나아지거나 달라질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깊이 있게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진지하게 다가서서 자신이 외면하다시피 한 내면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마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