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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세계를 스칠 때 - 정바비 산문집
정바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형식의 틀을 철저하게 파괴시켜 쓰는 자유로운 방식의 글을 나는 참 좋아한다.
이십여 년전 최소한 어느 정도의 정형화되어 있던 시의 방식을 매우 파격적으로 깨트려 화제가 되었던 원태연의 시처럼 어느 정도 이상의 그 틀을 벗어난 채 내용과 소재, 전개방식 또한 자유로운 이러한 글들에 나는 매우 숨통이 트이는 듯 감정이입을 해왔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정바비는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만드는 음악인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다.
사실 나는 저자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다름아닌, 내가 즐겨 듣던 '가을방학'이라는 그룹의 작사,작곡가였다는 사실....때문이었다. '가을방학'의 멤버로서 작사,작곡을 담당하는 정바비...
늘 음악으로서 '가을방학'의 노래들을 사랑해왔고 즐겨 들으며 이따금 가을밤의 센치함을 공감하고 즐기기도 했었는데, 그가 바로 이 책을 쓴 정바비라니...
어쩐지... 글을 쓰는 감이 왠지 모르게 남다르게 느껴진다 싶었다.
그가 쓴 이 책의 글은 자유로운 일기처럼, 편지처럼 막힘 없이 술술 이어지고, 그 글을 읽는 느낌은 글 자체가 가독성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막힘 없이 술술 읽혀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남자로서의 저자가 쓴 글들은 읽는 여자로서의 내가, 마치 나를 포함한 여자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들 같다는 생각을 내내 했었는데, 역시나...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저자 나이또래의 여자들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제대로 짚었구나 ...
또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세계관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었고, 그의 가치관과 생각의 흐름과 변화들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마주 앉아 듣고 난 후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음악들이 유난히도 깊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밤, 창문을 살짝 열어둔 틈으로 들어오는 제법 서늘한 바람결 사이로 뭔지 모를 많은 생각들이 함께 밀려들어온다.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좀 가져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해줄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