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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평점 :

작가 이창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미국내에서 이미 몇편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작품 또한 호평을 받아 문학상도 받은, 필력이 매우 남다른 작가이다.
이번 [만조의 바다 위에서] 는 그가 지금까지 주로 써왔던 가족에 관한 시선에서 벗어나 가상의 미래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중국소녀 판의 모험을 그린 조금은 독특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속 배경은 가상의 미래를 담고 있는데 이 가상의 미래 미국사회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차터, B-모어, 자치주 이렇게 세개의 지역이다.
각 지역간에는 매우 높은 담으로 가로막혀 있다. 사는 지역이 곧 자신의 계급을 나타낸다.
가상의 미래사회를 그렸다고 하지만 사실 넓게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각 대륙간의 상황과 좁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속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존재하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차터는 가장 상위 계층이 살고 있으며 몸에 좋은 음식들만 먹고 자녀들에게 과외도 시킨다. 이것이 현재 우리사회속 강남과 크게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B- 모어 지역은 차터 사람들이 먹을 음식들을 재배하면서 몸이 병들지만 않으면 실업걱정 없이 사는 중산층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B-모어와 자치주의 차이이다. 오늘 우리가 속한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가장 병들고 아픈 두 계층이 아니겠는가. 소설이 미래를 담고 있다지만 나는 이 작품에서 현재의 암흑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면에서는 디스토피아 작품이라는 언론의 평가에 부분적 동의를 한다.
마지막으로 자치주는 무질서와 무정부상태. 버려진 황무지 같은 곳으로 한끼 식사를 걱정해야 하는 하층민들이 살고 있다.
어찌 보면 가진 것 없어서 더이상 잃을 것도 없는 자들에게 남은 건 절망뿐 아니겠는가. 그런 이들에게 질서가 무슨 소용이고 법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내 몸하나 건사하기 바쁘고 끼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의 참담함은 현재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소설속으로 들어가서,
이 세 지역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무서워 하는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C-질환이다. 이것 역시 오늘날 우리가 그 치료법을 완벽하게 개발하지 못해 죽음의 공포에 두려워하게 되는 어떤 특정한 질병 바이러스들을 생각나게 한다.
C-질환은 발병원인도 알려지지 않았고 치료법 또한 없는 상태여서 모두들 이 병에 걸릴 것을 두려워한다.
B-모어에서 차터에 납품하기 위한 물고기를 키우는 중국소녀 판의 남자친구 레그가 C-질환에 걸리지 않는 특이체질로 밝혀져 차터 사람들에 의해 치료법 발견을 위한 도구로 납치되버리자 레그를 찾기 위해 판은 B-모어를 떠나게 된다.
처음 B-모어 지역 사람들은 그녀가 떠남으로써 자칫 B-모어의 비밀들이 새어나가게 될까봐 처음엔 걱정했지만 차츰차츰 판의 모험과 더불어 각 계층간의 높고 단단한 벽을 허물기 위해 이 지역사람들에게도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판은 레그를 찾기 위해 B-모어를 벗어나게 되면서 자치주에서 여러번의 위기에 봉착하며 매우 험난한 여정을 이어간다.
레그를 찾기 위해 시작된 여행에서 판은 이제껏 몰랐던 세상밖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 수 없었을 또 하나의 세상으로..
작가 이창래의 이번 소설은 기존에 그의 패턴에 변화가 일어난 첫번째 작품이 되는 것 같다.
가장 부정적인 미래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디스토피아를 넘어 판의 새로운 것으로의 도전과 모험을 통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작품은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각자의 계층속에서 익숙해져버린 차별과 불평등을 조금씩 인지하고 깨달으며 변화를 모색하는 인간의 내적 여정을 탐구하고 있다.
이로써, 보이지 않는 계층간의 벽, 차별, 멸시를 어쩌면 작가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의 이민후에 겪어야 했던 오랜 내적 아픔을 이렇게 조금씩 꺼내어 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작가의 문체를 꼭 한번 유의깊게 봐주길 바라며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