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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리어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난 뒤부터 일본 에세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는 중학교 1학년시절까지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는 조금 특별한 작가이다.
그의 눈에 비친 어린 시절의 한국은 어떠했을까.... 혹 이 에세이에 그에 대한 향수가 배어있음을 상상하기도 하며 나는 이 책을 읽었다.
하나의 잔잔한 일렁임같은 에세이이다.
수십편의 글들이 잔잔하게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일본의 보이지 않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문 기사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에세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일본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 그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느끼던 그들의 한국에 대한 시선이 옅게 깔려 있다.
에세이가 쓰여진 시기는 1960년대이기에 현재와는 조금 온도차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글속에서 느껴지는 한국에 대한 추억은 태어난 조국은 아니지만 유년시절을 자란 곳, 고향이기도 하면서 고향이 아니기도 한 이중의 의미를 지니는 듯 하다.
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기에 짐을 꾸리고 피난민이 되어 남하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태어나서 처음 보았던 미니스커트는 이후로 전쟁의 끝을 알리는 반가움의 표징과 같았다고 한다. 그는 그시절.. 계속 이대로 살고 싶었지만 해방이 된 식민지국에서 일본인이 살 권리는 없는 거라며 그렇게 해서 돌아가야 했다고 밝힌다.
피해를 입고 상처투성이의 나의 나라에서 보는 일본인의 그당시 심경을 헤아려보기는 참 쉽지 않은것 같다.
아무리 그가 되어 생각해보려고 애를 써봐도... 내가 느끼는 우리나라의 지난 아픔이 너무 크고 선명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에세이에 대한 또하나의 인상적인 점은 일본남자의 술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술과 여자에 관한 남자들의 시선과 여기에 대한 사고에 관심이 있는데 일본 남자인 저자의 글에서 간간이 술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올때마다 아직 일본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음에도 일본을 구석구석 여행하며 조그마한 선술집까지 다녀본 느낌이 든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에세이 한 편을 읽고 싶다면 단연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