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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김병수 지음 / 달 / 2020년 8월
평점 :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오래전 나의 직업은 간호사였다.
그래서 정신과 병동 근무 수년차를 지나오며 다양한 추억과 경험을 갖고 있다.
출근을 서두르던 어느 날, 택시를 타고 병원 출근을 하는데 택시 기사가 목적지를 물어
" ** 정신병원이요" 라고 말했더니 "네에?? ** 정신병원요?" 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막연하게 언덕위에 하얀집을 꺼린다던 사람들의 당시 동네 인식이 생각났다.
그때 내가 그무하던 병원의 이미지가 그랬다.
문 앞도 가기 싫어하던데 이번에도 역시... 그렇구나 생각하던 순간, 이어진 택시기사의 말.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들 보면 피하고 싶어요"
" 정신병원에 근무하시면 사람 속 마음 다 꿰뚫고 계시겠네요!! 제 생각도 들키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ㅎㅎ"
나는 정말 생각도 못한 말이었다.
"정신과에 근무하면 사람 마음을 다 알 수 있나요?^^" 하고 반응하니 분명 그럴거라면서 굳게 믿고 있는 듯한 택시기사의 반응은 이렇게 십수년이 지나서도 뇌리에 남아 있다.
이 책의 저자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도 이런 반응을 잘 알 것 같다.
정신과 의사면 사람 마음 다 알 것 같고, 강인한 내면을 갖고 있을 것 같고 강한 멘탈로 스트레스나 두려움 따위 가볍게 내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병원 현장에서 일하며 만나본 정신과 전문의들중에도 마음 여린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현장에서 근무하던 나 역시 내면은 쉬이 깨질 것 같은 유리를 장착한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 원래 어릴 적부터 나의 내면자체가 유리였던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한다.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
두 번은 받을 생각 없고 그러기도 싫으니 나의 마음좀 단단하게 단련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면 찾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이 책과 만났다.
책의 1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기력도 전염병이라는 말.
얼마전 엄마의 무기력함을 옆에서 바라보며 절망감에 함께 빠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그 때, 그냥 그 기분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었구나...
어떻게든 단순한 행동이라도 움직여서 하도록 잡아 이끌어주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기력함을 보이는 사람들속에 있으면 나도 같이 무기력해지고야 마는 거다.
'just do it'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특징적인 두 가지 사고방식중 하나인 반추가 반성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걱정을 위한 걱정시간'을 마련하기
<고민하던 것을 글로 적어보되 걱정과 관련된 생각이나 느낌을 모두 적고 남김없이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 적으면 고민 아래 숨겨진 생각이 드러난다는 말.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답답한 마음을 누르거나 감당할 길이 없어서 노트를 펼치고 아무말 대잔치를 열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러고 나면 내가 갖고 있던 엉킨 실타래가 허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별 거 아닌 듯 마음이 가벼워질 때가 많이 있었다.
쓰다 보면 생각의 폭이 확장되고 조금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나의 내면에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2부는 기대했던 것 보다 다소 냉철하고 객관적이고 담담한 솔루션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마음 여린 당신, 괜찮아요~ 토닥토닥에서 머물지 않고 이렇게 여린 사람들에게 득달같이 덤벼드는 세상에서 담담하게 잘~ 살아내기, 잘 버티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주는 조언 같은 느낌이랄까.
`
3부 상담실을 나와서 를 읽으니 앞의 2부는 현재 상황이나 문제에 집중했다면 3부는 상담이 끝나고 상담실을 나온 내가 좀 더 현실적으로 행동에 옮겨볼 수 있는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인상적으로 와 닿았던 부분은 '고민이랑 산책하기'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걷기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어떤 사람들은 그게 무슨 낭만이냐고 할 테지만 나는 저자처럼 비 오는 날 걷기를 좋아한다.
우산속에 내 시선을 감추고 마주 오는 사람을 견뎌낸다.
이렇듯 비 오는 날에는 우산으로 나를 감출 수 있음이 좋았다.
삶에 대한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이 말에 동의한다.
'고민은 산책이다. 지도 없이 하는 산책이 고민이다'
비록 답을 얻지는 못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분명 얻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남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기쁨을 훈련해보기'도 좋았다.
나를 기분 좋게 만다는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면,
카페 츈츈에서 달달한 다크 초컬릿 케이크랑 레드벨벳 치즈 쿠키를 사기
월영교 앞 핸즈커피 카페에서 친구랑 마주보며 수다 떨기
창이 넓은 어느 카페에서 창밖으로 풍경 바라보기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 바닐라 라떼 마시기
따뜻한 아메리카노 엑스트라 사이즈로 마시기
문구점에 가서 노트랑 볼펜 고르며 구경하기
독립서점 구경가기
책 읽기
멍때리기
남편과 드라이브 하기
이렇게 적고 보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라는 사람의 완성을 다루면서 인용한 문장인데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본다.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고 다만 성숙해질 수는 있다.
그러니 나를 믿고 받아들이고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자..
가끔 이렇게 책 한 권에 마음 속 어떤 요소 하나가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이전에는 다가오는 그 모든 것들이 상처에 상처를 덧씌우는 일들의 연속이었다면 지금 이 순간 드는 생각은 그렇게 큰 상처로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이다.
약간의 마음적 여유를 가져다 준 고마운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