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농도가 현저히 묽었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비교적 짙은 농도를 띄고 있다. 아마도 이건 단약하겠다는 나의 의견을 곤란하다는 듯이 넘기곤 약 168알을 지어준 의사선생님 덕분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집중력이 50분을 넘기지 못한다는 점이랄까.. 미친 것 같다. 열품타를 이용해서 다시 조금씩 늘리고 있다.
이따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의사쌤은 나의 안식처가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구멍이 가족이 되기는 이미 그른 시점에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풀지 못한 감정이 가끔씩, 어쩌면 자주, 빈번하게 나를 옭아맨다. 분노가 갈 곳을 잃어 다시 제 주인을 찾아 돌아온다. 주술적 사고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곧 지치게 만든다. 갈 곳 잃은 설움.. 그리고...
그들을 그만 탓하고자 하면서도 속에서는 곪은 것들이 끊임없이 미련덩어리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들을 그만 마주하고 새벽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다. 담배와 바다를 생각한다. 생각만 한다. 담배와 바다..... 담배와 바다?
나는 시민의식이 매우 투철한 한 소시민으로서 프랑스에서 살아가면서 미친 듯이 어지러운 경험을 겪는다. 끊임없이 길거리에서 펴대는 담배와 잊을만하면 코를 찌르는 사람 냄새.. 그리고 불어인지 중국어인지 알 수 없는 낮에 들리는 고성방가들.. 참 웃기는 자식들이다. 나는 마치 정사각형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들처럼 술에 취해 다니지 않는다. 네모의 꿈같은 삶. 세상을 어떻게 둥글게 살아가느냐 말이다. 그럼에도 그런 네모한테도 선생님이 있고 존경하는 은사님이 있겠지.. 그걸로 네모난 세상을 조금씩 둥글게 깎아가면 되는 거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가족 말고도 많으니까 그렇게 세상을 봐도 괜찮을 거다. 근데 이 프랑스놈들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여하튼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자면 오늘 애착의 농도를 높여준 일은 요거트 얼려먹기의 재발견이다. 새로운 요거트를 매일 하나씩 새로 시도하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실패하고 있어 염병!!!!을 외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까 문득 요거트를 얼려먹으면 아이스크림으로 먹는 거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어 3시간 동안 얼려봤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음..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곧 생일이 다가온다. 혼자 맞이할 생일이 매우 기대된다. 이 역시 애착 농도를 올려줄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