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와 왕국 알베르 카뮈 전집 8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섯 번째 단편 <요나 혹은 작업 중의 예술가>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전적 성격이 강한 내용이다. 


요나의 예술적 재능에 이끌린 이들이 입맛대로 그의 실력을 재단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에게 둘러싸여 요나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추앙에 이끌려 남들이 좋아하는 예술적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명성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이름을 올려야 할 때가 오고 타의적으로 도덕적 신념을 내세우게 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요나의 근간이었던 가족과 친구들, 즉 사랑은 어느 순간 뒤로하게 된다. 자신의 사회적 명성이 진 어느 날 요나는 다시 자기의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한다. 홀로 다락방에 앉아 공허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되찾아가려 한다. 남들과 떨어져 다락방에 있던 그는 그의 가족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잊고 있던 젊은 날의 아내의 웃음, 그의 자식들의 생명력 가득한 목소리들.. 그리고 바깥 세계의 일상적인 소음까지 완전히 듣게 된다. 요나는 이를 "싱싱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바깥의 세계에도 있었다"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알고 있던 카뮈의 세계관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허 속에서 벗어나 참다운 나를 알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아직 내가 카뮈의 이름으로 나온 작품들을 읽지 않아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반항 다음은 사랑에 대한 내용을 계획하였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곤 있었다. 바로 그 사랑에 대한 부분이 요나의 끝부분에 간접적으로 나온 것 같다. 


요나의 마지막 부분은 요나가 과로로 인해 잠시 요양을 하게 된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요나가 캔버스에 그린 것이 나오는데, 그가 그린 것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어떠한 단어를 적은 것에 불과했다. Solitaire, 혹은 Solidaire이라 쓰여있는 단어였다. 카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Solidaire이었을까.


카뮈는 반항 이야기를 끝내고 사랑으로 넘어가려던 찰나에 죽음을 맞이했다. 어쩌면 요나가 카뮈가 쓰려던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일 수도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최초의 인간이 미완성 작품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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