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지명은 대지 위에 세워진 하나의 기호가 아니라 상처의 다름 이름이라고. -24쪽
밤은 낯선 B시의 풍경 속으로 촘촘히 내려와 박혔다.-38쪽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칠십 퍼센트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집 안의 먼지 하나도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았다.-47쪽
"(…)네가 그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견딘다면, 그 희망 때문에 견디는 게 행복해야 행복한 거야. 오늘도 너의 인생이거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48쪽
우주가 생겨난 이래로 처음인, 엄마와 나의 한지붕 아래의 첫 밤이 그렇게, 천 개의 눈을 뜨고 엄마와 내가 앉은 창밖에서 기웃거리며 지고 있었다.-49쪽
그는 거기에 대해서는 더는 묻지 않았다. 낯설고 생경한 것을 들여다보고 싶은 천박한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게 더 내마음을 끌었다.-64쪽
"참 이상해.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정말 보고 싶었는데…… 내일 아빠를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똑같은 강도로 아빠가 너무나 미워."-80쪽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85쪽
여름은 마지막 남은 자신의 열정을 온 세상에 쏟아 부으며 뜨거운 아스팔트와 입맞춤하고 있었다.-107쪽
"(…)우리 남자들이 코끼리 하마 거북이랑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는 거라면 여자들이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우리가 우리 집에서 코끼리 하마 거북이랑 사는 게 아니잖아. 그러면 함께 살아야 하는 다른 종류의 인간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109쪽
위녕,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캔맥주가 달콤한 건 별 그림자가 그 속에서 별사탕이 되었기 때문인가 봐.^^
위녕, 눈이 쌓이고 있어. 밤새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거면서 이토록 아무 소리도 없다니……. 엄마 혼자 소주 마신가. 건배, 캬아!
위녕, 번갯불이 저쪽 산등성이에 내리꽂히면 맞은편 산자락에서 천둥이 운다. 교향곡 같아. 달이 우리 식구 셋을 내려다보고 있어. 비밀 하나 가르쳐줄까? 이곳의 달은 꼭 세수를 뽀독뽀독 하고 나온다.^^-112쪽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버리는가 보다.-150쪽
언젠가 엄마가 사랑의 결핍은 그것이 다시 채워짐으로써도 치유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줌으로써도 치유된다고 했다. -158쪽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337쪽
"그게 어떤 곳이든 그곳이 네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자리야……. 엄마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빌려 말하면 이런 거지…….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야."-338쪽
음, 뭐 딱히 맞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그걸 꼭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란 걸 나는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최선을 다해 존재함으로써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338~339쪽
누군가 말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 작가의 말-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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