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발 문지아이들 56
아녜스 드자르트 지음, 신민재 그림,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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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아이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종종 노인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아이도 노인도 아닌 젊은 어른이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에너지와 순수함 어른들의 지혜들...

아이와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들이 많다. 왜 그럴까?

아주 서서히 노인이 되어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와 노인 그들은 먼 거리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교감 같은 것들, 서로의 삶을 바라 볼 수가 있나 보다.

그 깨달음은 머릿속에 확 정리 되는 것이 아니라 알 듯 말 듯 몸으로 느껴지는 것들인가 보다.

이 책의 주인공 이반처럼.

나는 책을 읽으면 90%가 재미없어도 날 강하게 끌어당기는 단 1%로의 것에 매력을 느끼곤 한다.

이 책도 그랬다. 문장, 구성들은 제쳐두고서라도 ‘발 관리 센터’라니. 모두가 마다하는 발 관리를 치료하는 할머니,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열 살짜리 이반.

책을 보지 않고서도, 내용이 뻔할 것 같은데도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발 관리 센터... 손님이라곤 거의 할머니들뿐이다. 발바닥으로 켜켜이 만든 삶들... 열 살짜리 이반이 이런 생각을 할 리가 없다. 징그러운 할머니의 발들.

징그러운 할머니들의 발을 손질하는 할머니. 이반은 또 느낌이 없다. 눈으로 보았을 뿐 느낌은 통과!

오로지 이 수많은 발들에 ‘공주의 발’ 이 있으리라는 생각. 어리 없지만 열 살 짜리 아이다운 생각. 그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이반은 서서히 무서웠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다. 할머니는 여자다. ‘여자’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으로서의 여자였다.

할머니로 보이기만 하는 이반에게 ‘여자였던 할머니’는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서평을 쓰는 나조차도 그 느낌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아마도 이반 같은 느낌일뿐.)


이반이 생각한 공주의 발은 찾았을까? 이반은 자신도 모르게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아주 서서히 진짜 공주의 발을 찾았다.

축구를 좋아하고 매력 없는 여자애 이렌. 진짜 공주의 발이다.

이반처럼 수많은 어른들이 수많은 아이들이 허상으로 만들어 낸 동화속의 ‘공주의 발’이 아닌 내 옆에 아주 가까운 ‘진짜 공주, 왕자의 발’을 만났으면 좋겠다.

뻔한 결론 내용들은 아주 미묘하게 뒤틀려 표현함으써 다른 느낌과 지혜들을 준다.

일상처럼 잔잔한 이야기는 할머니의 지혜를 내 것으로 흡수하게끔 하는 잔잔한 인식의 기회를 주었다.

어른과 어린이를 흡수 할 수 있는 것, 이게 동화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아주 짧은 내용에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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