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잠제된 욕망의 분출-68혁명을 전후로 성의 해방은 성적 차별의 소멸이 아닌 성적 욕망의 해방으로-은 자연스런 주체적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한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진다. 욕망의 전시와 표출은 '자유로움'의 상징과도 같은 사회적 합의-적어도 현대 문화적 場에서만큼은-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영화의 중반쯤 들었던 생각은 '왜 흑조의 결여가 완벽함에 도달하지 못하는 장애물일까'란 것이었다. 인간에게 내재된 (성적·금기적)욕망을 부정하진 않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억압된 욕망은 '반드시' 분출되어야만 할, 그래야만 진정한 주체로 재탄생할 수 있는 무엇으로 각인된다. 이런 사고 자체가 푸코가 말했던 '에피스테메'(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유통된 일단의 지식과 인식 체계를 지칭하는 용어.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 p65)가 아닐까? 영화는 그런 보편화된 인식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것처럼 보였고, 이미 너무 익숙해져버린 흐름에 다소 식상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면서 남기는 여운은, 오랜만에 것이었다. '마틸다' 이후 '스타워즈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그렇기에 늘 유아적 이미지만을 갖고 있던 나에게 '니나'(포트만)의 연기는 하룻밤 사이 아이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변신한 '마법'과도 같았다. 그리고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는 '라캉'(지젝)을 소환하고 싶은-아직까지 버겁기만 한-'욕망'이 분출한다.
 

 

 "라캉에 따르면 거세는 상징적 작용이며 상상적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팔루스의 기능이다. 따라서 그것은(주체에게) 구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구조화하며 역동화시키는 거세로 인해 주체는 완전함이라는 환상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는 이전 단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하지만 강박증 환자의 어머니는 이것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불안 문제의 핵심에는 젖떼기와 사물과의 관계가 있다. 주체가 주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근원으로부터 분리되어야만 하지만 원초적 대타자는 그 근원에 상상적 일관성을 부여한다. 주체는 이러한 원초적 대타자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 또한 그는 자기 자신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그는 원초적 대상, 즉 어머니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 대상-자기자신-을 애도해야만 한다. 『강박증: 의무의 감옥』 

(출처:http://blog.naver.com/lovelamb4?Redirect=Log&logNo=70085289179)

 
거울상과 또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하게되는 '상상계'에서 언어와 사회적 규칙이 적용되는 '상징계'로 진입하기 위한 '상상적 거세'. 어머니의 좌절된 꿈과 거울 속의 자신의 이미지에서 분리될 수 있는 '거세'를 겪지 않은 니나.

"이상적 자아는 상상계로, 라캉이 '소문자 타자'라고 부른 내 자아의 이상회된 분신 이미지다. 자아 이상은 상징계로, 내 상징적 동일화의 지점, 그로부터 나 자신을 관찰(판단)하는 대타자 내부의 지점이다. 초자아는 실재계로, 내가 불가능한 요구들을 퍼붓고 그것을 해내지 못하는 내 실패를 조롱하는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작인이자, 내 '죄스러운' 분투를 억누르고 그 요구들에 응하려하면 할수록 그 시선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유죄가 되는 그런 작인이다. (중략) 라캉에 따르면 우리는 도덕적 성장과 성숙으로 이끄는 자아 이상이라는 자비로워 보이는 작인은 기존의 사회 상징적 질서의 '합리적' 요구에 따르게 함으로써 '욕망의 법'을 배반하도록 강요한다." (『HOW TO READ 라캉』, P124~5)

상상계와 상징계 실재계라는 순차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상상계에서 실재계로 건너뛰어 온 니나는 상징적 질서 내로의 조화로운(안전한) 진입에 실패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예술' 또는 예술을 통한 '완벽함'이라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적 결말 후 그녀의 'Perfect'는 지속될 수 없는 완벽함이었지만 예술가로서, 아니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에게조차 무의미한 일상적 반복의 지속보다는 어떤 순간적인 폭발, 희생이 따르는 결단이 역으로 존재의 '완볌함'으로 승화되는 것은 아닐까도 싶다.

 
그 완벽함에 기대어 내일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포트만의 수상을 점쳐본다.
  

http://redneck96.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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