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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Everyman : an ordinary or typical person, 'Daum' 영자사전에서 찾아 본 의미다.
그리 다른 의미는 아니겠지만 『에브리맨』을 읽고 난 후 'Everyman'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보태고 싶다.
Everyman : Nobody escape from death
얇은 분량이었지만 분명, 저 곳이 아닌 지금, 이 곳에서 '죽음'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미 역자(정영목)로서의 명성이 자자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처럼 무겁고 중후한 문장들이 영어로는 도대체 어떻게 표현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평범한(!)이의 평범한 죽음이었지만, 그 평범함 속엔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와 같은 숭고함이 깃들어 있다. 칸트의 '숭고함'에 예외가 적용되는 것이 이 평범하면서도 보편적인 죽음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죽음'이 갖는 숭고함이란 언제나 그렇듯 늘 타인의 죽음을 투과해야만 공명될 수 있다는 한계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자기인식 안에서 죽음의 숭고함은 경험되거나 이해될 수 없다. 그럼에도...
"있음에서 풀려나"
죽음은 존재에서 부재로 넘어가 는 것이 아닌 존재에서 풀려나 어딘지 모를, 그러나 분명 또다른 어느 곳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