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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가사노동
루스 슈워츠 코완 지음 / 도서출판 신정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기술사학자인 코완이 쓴 이 책은 역사책처럼 많은 자료들을 동원해서 큰 줄기를 엮어 나간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가사기술의 변화를 살피면서 구체적인 주부들의 생활양식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서구(특히 미국)에서의 변화사를 추적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변화의 양상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현실과의 괴리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수많은 가전제품들과 주부 대상의 여성지, 그리고 그 안의 광고들과 부록들을 떠올려 보면, 어쩌면 이렇게 적절한 이론의 틀을 짜냈을까 싶어지면서 '맞아, 맞아'하고 맞장구까지 치게 된다.
코완이 제시하는 가사기술 전파과정에서의 핵심 개념은 '죄책감'이다. 끊임없이 높아지는 깨끗함, 아름다움, 영양, 고급스러움 등의 기준으로 여성들은 가사기구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 그러나 그것이 노동계급 여성들에게는 분명 긍정적 의미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대안적인 기술-사회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다. 하지만 결론 부분이 좀 미진한들 어떠랴. 탁월한 분석을 해낸 작가에게 해결책까지 제시하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