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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은 장강명이 자전거의 양쪽 페달 '본다-말한다'의 세계와 '읽다-쓴다'의 세계에 동시에 발을 올려놓고 살며 느낀 이야기들, 일종의 '독서론'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책에 나온 몇 문장을 발췌해 놓기는 했지만 사실 저보다 더 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 정도로, 그의 독서론에 나는 긍정의 사인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장강명의 회의론적 시각이 의외로 내 취향이었달까.
::그러고보면, 나는 '쓰는 인간' 장강명에 대해서만 조금 알뿐, '말하는 인간' 장강명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는 셈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그가 운영하는 #북팟캐스트 를 들어본 적이 없고, 그가 출연했던 일군의 티븨 프로그램(특히, 책 읽어드립니다,의 경우에 나는 매우 비판적이었다)을 본 적도 없었다. 나는 장강명을 오로지 책-대체로 소설로만 만나 왔었다. 그의 소설은 대체로 #사회파 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고, 그것은 내 취향과 꽤나 잘 맞아떨어졌다.
::장강명은 '왜 읽는가?' '왜 쓰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나에게도 그 말은 유효하다. 주변에서 종종 "너처럼 책 많이 읽는 사람 처음 봤다."는 얘기를 듣는 건 이제 익숙해졌고, "책이 재밌어? 왜 재밌어?" 라고 물으면... "넌 왜 게임이 재밌냐?" 라고 밖에 되물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질문을 해온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책하고 게임을 어떻게 비교하냐?"라고 하는데... 내겐 책이나, 게임이나... 취향문제일 뿐이다.
::수전 손택은 말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수잔손택의 말, 마음산책)"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독서에 대한 (개인적) 정의이다. 장강명은 책, 이게 뭐라고 (가상의) 녹음에 소크라테스를 모셔온다. 장강명은 녹음이 끝나고 이렇게 말한다. "내게 독서는 호흡이다. 나는 이미 읽고 쓰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 나는 길고 복잡한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이 두렵지 않다. 나는 그 세상에서 육신을 벗고 언어의 일부가 되고 싶다." 음, 수잔 손택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블랙 달리아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고? 궁금하면 <책, 이게 뭐라고>를 읽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