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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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기-기억을 복습하는 것. 서른 중반(으로 추정되는)의 성인이 열살 무렵의 일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기억하는 일은 과연 얼마나 성공적이고,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 소설에도 화자는 어린아이이고, 똑같이 누군가가 죽기 때문일까. 그것과 이 소설이 다른 점은 이 소설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 챕터까지 왜 이 가족이 그 작은 동네를 떠나게 되었는지, 엄마와 아버지가 왜 헤어졌는지, 나의 오빠는 왜 죽음을 맞이한건지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이 몹시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하고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게 한다. 일종의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었다... 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마지막에 가면 의문은 풀린다. 그게 다소 작위적일지라도, 혹은 중간에 반전의 비밀을 눈치챘을지라도... 어쨌든 어느정도는, 주제를 말하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였다, 고는 말못하겠다. 글쎄, 손보미 특유의 유머를 좋아하지만... 유머가 느껴지는 소설은 아니다. 좋은 의미에서- 담고 있는 메시지가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을 확장해나가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가독성은 좋은데, 작가편의적으로 열살짜리 화자가 때로는 심할 정도로 영약하게 때로는 심할정도로 순진하게 그려진다.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시대적으로, 시간을 옳게 설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연대가 약간 안 맞는다는 느낌도 든다. 오히려, 마흔 일곱이라면 말이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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