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여년 전 직장의 먼 상사는 퇴직을 맞이해 자신의 삶과 시, 에세이를 기록해 책으로 만들어 돌렸다. 자신의 글을 책으로 만든다는 것과 그것을 타인에게 노출시킨다는 것은 타인 앞에서 옷을 벗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종류의 날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향타적 삶의 식상함과 아직 맛보지 못한 경륜이 묻어있을 책의 제목은 '인생은 연극이었다'였다.

사회화에 실패한 인간의 좌절을 그린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삶의 편력인듯하다. 퇴직한 직장 선배 자서전의 제목처럼 '인생은 연극'임을 인정하지 못한 요조의 삶은 상대의 불쾌를 보는 불편과 상대에게 끼칠 불쾌에 대한 불편이 계속해서 그의 행동과 삶을 갉아먹는다.

어린 요조가 그나마 이것에 대한 극복으로 생각해낸 것은 드러나지 않는 고의적 익살이었다. 요조는 익살을 통해 겨우 소통을 얻어내지만, 이를 눈치챈 이들의 폭력과 착취가 어린시절의 큰 상처로 남는다.

 

꼬물거리는 손발로 시작해 아버지의 것을 빼앗고, 사회의 것을 탐하며, 더 나아가 다른 인간을 괴롭힐 수도 있는 과정을 살아가는 삶의 형태는 대개의 인간이 거치는 순수와 감성의 부식이나 풍화과정이다. 하지만 요조는 이러한 단계의 참에 발을 올려놓지 못한다. 상대를 상처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스스로 상처받기 싫다는 회피성 선제방편이나 이것이 제대로된 의사로 전달되지 못하고 생각만 있을 뿐 생각하지 않는 인간처럼 보이는, 사회치로 성장한다.

다행히 어린 아이의 두려움이 다르게 귀여움으로 받아들여지듯이 그의 이러한 공포는 진정으로 공포와 외로움을 체득한 여성들에게는 보호와 연민의 대상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녀들의 노력은 요조를 조금도 위로하지 못한다. 더욱이 자신을 보호할 능력의 부재를 소유한 주인공이 다른 인간을 보호해줄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하듯 그녀들에게 상처만 남긴 채 떠나가는 어처구니를 발휘한다. 결국 술과 몰핀에 의지해 소외을 거부하던 요조가 가장 적극적으로 외부에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것은 자살이라는 행위의 시도였다.

책을 통틀어 작가의 유일한 익살은『호리키는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제가 깔고 있는 방석을 뒤집어서 내밀었더니 그것을 빼앗아서 다시 뒤집어서 그 여자에게 권하는 것이었습니다.(p.86)』이다. 호리키의 집에는 손님용 방석이 하나뿐이 없고, 그것조차 실밥이 터질까 노심초사하여 실밥을 만지작거리던 요조를 타박한다. 요조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타인의 요조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염치가 발동을 멈추기 시작한 때 우리는 진정한 성숙을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염치의 상처가 최고조로 달했을 때 인간에 대한 염치는 혐오로 화학반응한다. 인간이 성숙해서 거칠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기 쉬운 존재라서 더욱 거칠게 변하는 것이다. 거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두려움의 크기는 요조의 그것과 동일하다. 다만 다른 인간이 악의 구원이라는 촉매작용을 통해 성인이 된 것에 비해 요조는 기독교적 원죄의식이라는 굴레에 속박된 채 성장한다. 'persona non grata'를 스스로 실현한 요조의 인간 실격은 속박된 삶을 꾸려가도록 하는, 사회의 실격을 역설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의 법칙 - 개정완역판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2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권력이 반드시 필요합니까?

권력의 덫이나 권력 게임과는 무관하게 지내거나 벗어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나이브하다고 할 수 밖에요. 권력을 잘 다루면 다룰수록, 더 나은 친구, 더 나은 연인,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p.13)습니다.  누구나 호불호를 떠나서 권력 게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왕이면 서투르게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달인이 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항상 선하려고 애쓰는 자는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틈에서 반드시 파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2. 권력을 갖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무엇입니까?

첫째, 감정의 통제가 필요합니다. 감정의 과잉과 표출은 이성과 통제력을 흐리게 하여 상대방에게 헛점을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격정에 휘말림은 과거를 훑어볼 수 없게 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없게 합니다.

둘째, 기만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거짓말하고 사람을 속이는 능력은 지능을 가진 인간들에게 있어서 가장 고도의 기술이며 강력한 무기입니다. 교활함을 현명하게 위장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셋째, 인내입니다. 인내는 무한한 시간을 가진 신들의 최고 덕목입니다.

넷째, 찬찬히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집중력입니다. 상대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와 외면적인 상황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타인의 일에 귀중한 시간이나 정신적인 평정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의 중심은 자신입니다.

여섯째, 사람을 이해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누구도 믿지 말고 모든 이를 면밀히 연구해야 합니다.

일곱번째, 목표를 향해 벽을 부딛치는 당구공처럼, 가장 우회적인 방법으로 모든 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3. 저는 당신이 말하는 권력법칙의 준수사례와 위반사례를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사례의 주인공들에 대한 서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마치 겨드랑이를 보고서 젖통을 봤다고 떠벌리는 것이 아닙니까? 

잘 보셨습니다. 제가 권력의 법칙의 작가임을 잊으신 것은 아니십니까? 흠, 저의 기만능력이 들통난건가요. 실제로 법칙이라는 말을 붙일만한 책은 아닐 수도 있겠지요. 법, 원칙, 법칙, 기술, 원리 이런 단어들은 책의 논리를 드높히고 권위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4. [법칙06]에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법으로 신비감을 들며 마르가르타 젤레(마타하리)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실제로 마르가레타 젤레의 삶(http://blog.hani.co.kr/egil/8989)을 조명해보면 당신은 지나치게 권력의 관점에서 사실을 해부하여 취사선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비감을 앞세워 잘 살다간 여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또한 p.96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황소들의 뿔에 횃불을 묶어 달리게 함으로써 적진을 무사히 통과한 이야기를 두고 유령이나 귀신효과의 신비감 때문이라고 일컫는 부분과 p.539에서 제갈량이 안개 낀 날 볏짚을 실은 배를 띄워 화살 10만개를 득한다는 이야기를 '앞잡이를 활용하라'는 주제의 소재로 쓰고 있는 것은 이야기의 실제 여부를 떠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牽强附會, 我田引水, 針小棒大, 耳懸鈴鼻懸鈴의 극치가 아닙니까? 

그렇게 보신다면 어쩔 수 없죠. 제 글을 읽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고. 권력의 열쇠를 갖는데 전혀 무의미한 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신도 권력이란 단어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요? 화장실 똥 누러 가서 똥 냄새 난다고 할 분이군요.

 

5. 많은 법칙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실전적인 것을 추천해주시고 또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음, 첫번째, 이미지와 상징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군요. 말에 비해 시각적 이미지는 복잡하게 얽힌 미로를 단숨에 통과합니다[법칙04].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는 무엇으로 이미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 상대를 끌어들일 때 애매하게 말하시 마십시오. 이익에 호소하십시오. 상대의 금고를 황금으로 채워주겠다고, 더 오래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공약하십시오. 이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선, 자비, 정의 등으로 호소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부담스럽고 거치장스러울 뿐입니다[법칙10]. 세번째로 추종자에게는 단정하지 말고 애매모호하고 단순하게 표현합니다,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들을 강조합니다, 종교화된 조직은 체계를 잡기 쉽습니다, 추종자를 통해 들어오는 돈에 대해 밝히는 것으로 보여서는 아니됩니다, 조직의 반대편에 있는 적을 가공하여 단결을 이끌어내십시오[법칙15]. 네번째, 거대한 권력은 대중의 거대한 환상에서 나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고단한 과정을 말하지 마십시오. 바로 달을 따주겠다고 말씀하십시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매혹적이고, 기대감을 주며, 단순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법칙18]. 다섯번째, 불행하고 불운한 자들을 피해야 합니다. 그들은 전염력은 유난히 강합니다. 행운이 따르는 자들과 어울리면 권력과 부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법칙21]. 여섯번째, 당신을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당신의 행동과 생각이 예측가능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법칙25]. 일곱번째, 질투를 안으로 감추지 마십시오. 타인이 나를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극제로 삼아 언젠가 그들과 대등해지거나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법칙33]. 여덟번째, 싸워서 질 바에는 항복을 선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살아남아야만 臥薪嘗膽도 있고 복수도 있을 것입니다. 명십하십시오[법칙39]. 아홉번째,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지 마십시오[법칙48].

 

6.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은 누구십니까?

조제프 푸셰, 탈레랑, 발타사르 그라시안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라시안의 '지혜의 기술'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니다.

 

7. 로버트 그린, 당신은 문지방을 사타구니 아래에 두고 사시는 분 같습니다. 뒤집어보기를 읽어보면 마치 방을 나갈 수도 있고, 들어갈 수도 있다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은 권력자입니까? 이 책으로 권력에 대한 권위지가 되고 싶은 것입니까?

음, 나를 책장사꾼으로 폄하하는군요. 권력자인지 여부는 말씀드릴 처지가 못되는군요. 이론에 사례를 찾아 엮음에 다소 무리가 있는 것들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의 글들이 권력이란 맹수의 모양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참고할만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봅니다.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진실은 대체로 눈에 보이지 귀에 들리지 않는다'(p.115)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눈을 신뢰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홈즈 전집 세트 (양장) - 전8권 시간과공간사 셜록 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 전집(전8권) / 아서 코난 도일 /  정태현

 
파네리스티, HOG(Harley Owner Group)는 들어봤어도 '셜로키언'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란, 이 정도인가 하는 놀라움이 들었다. 그의 활약상에 우리를 잡아끄는 어떤 매력이 숨어있길래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그의 친구 왓슨이 그의 행적을 기록했다는 출판물들을 모두 읽어야만 했다. 왓슨의 책들은 1부와 2부로 구성된 것, 그리고 비슷한 사건전개의 플롯을 가진 내용들이 다수 있어서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한번 손대면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야기들로 묘한 중독성이 작가가 개발한 조미료처럼 뿌려져 있었다.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의 속도감은 순식간에 독자를 늪속으로 빨아들이는 듯하고, 왓슨과의 대화로 이어지는 사건의 풀이는 마치 현장에서 홈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또한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마치 눈 앞에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공포의 계곡]과 [배커스빌의 개]였다. 물론 다른 단편들도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시킬 소재들이 즐비하게 녹아있지만, 비슷한 류의 중첩이 보이기도 해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했다. 1800년대 후반을 살았던 탐정의 비화를 그린 책임에도 전혀 고루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지금도 셜록홈즈에 대한 패러디와 패스티쉬가 넘친다는 것은 명작의 또 다른 반증일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는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 될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음은 셜록 홈즈, 존 왓슨과의 인터뷰이다.

 Q : 먼저 셜록홈즈씨, 많은 팬들이 당신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런던거리에 운집해 있는데, 아직 당신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 음, 저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의문스럽군요. 저는 6피트가 조금 넘는 키에 마른 몸매를 가졌습니다. M자형 탈모가 있으나 매부리코와 날카로운 눈매, 각지고 돌출된 턱 때문에 결단력 있어보이는 느낌을 준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담배와 바이올린을 매우 즐기는 편이죠. 
음, 제 사무실은 런던의 베이커가 221B번지 건물의 2층에 있습니다. 이견이 있습니다만, 탐정업이란 분야를 개척하고 실제 사무실을 개장한 것으로는 아마도 제가 이 분야의 선구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이제 기력이 다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있으니 특별하고 기이한 사건이 아니라면 저에게 사건의뢰는 삼가해주셔야 할 겁니다.
 

Q : 당신의 30년지기 친구 존왓슨은 언제 만나신거죠? 
A : 음, 지루할 수도 있겠군요, 하하. 왓슨은 저보다 2살이 많은데 1852년생입니다. 1878년에 런던대학에서 의사학위를 받고 외과군의관 되어 육군 제5연대 버크셔부대에 전속받아 인도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이완드 전투에서 심각한 어깨부상을 입고 후송되었고 군의료위의 영국 복귀명령에 따라 이곳에 왔던 것입니다. 병원에 있을 때 그의 조수였던 스탬포드의 소개로 저와 하숙집을 같이 쓰게 된 것이지요. 그 이후로 왓슨은 저의 조수로, 그리고  저의 사건 기록관으로, 저의 대화상대로, 저의 조언자이자 협력자로 항상 저의 곁에 있어주었던 것이죠.
음, 주홍색 연구(1881년)에서 왓슨과 제가 만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Q : 당신의 숙적이었던 모리아티 교수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A : 음, 어떤 비평가는 생뚱맞게 등장한 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 말로는 제가 저를 부풀리기 위해 또는 저를 끝장내기 위해 천재악당 모리아티의 대담하고 치밀하며 계획적인 음모라며 과장하여 노출시킨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마 아서코난도일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모리아티의 마지막 대결장소였던 스위스의 라이헨바흐폭포에서 떨어져 죽을뻔 했습니다. 이것 또한 거짓이라고 말하진 않겠지요. 갑자기 왜 저를 버리려했는지 모르겠군요. 아무리 친한 사람도 오래 보다 보면 지겨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쨌든 모리아티에 대한 것은 공포의 계곡(1888년), 마지막 사건(1891년)을 참고해주십시오.

Q : 그렇군요, 당신이 범죄수사에 관심을 갖게 된 최초의 계기가 무엇이었습니까?
A : 저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제 방식대로 문제해결하는 것을 좋아했죠. 그래서 제가 대학에 다니던 2년 동안 사귄 친구라고는 빅터 트레버뿐이었습니다. 그것도 그 친구를 사귀려는 어떤 의도가 끼여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느날 교회에 가는 도중에 그의 불테리어가 내 발목을 무는 바람에 인연이 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그는 노퍽 주 도니소프에 있는 부친인 트레버의 저택으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그곳에서 트레버 노인과 관련된 과거사를 캐면서 범죄수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죠. 이에 대한 내용은 글로리아 스콧(1874년)을 참고하시면 되겠군요.

Q : 당신의 친구 왓슨이 주홍색 연구(1881년)에서 당신의 특징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문학, 철학, 천문학 지식은 전혀 없고, 정치에 대한 지식은 조금 그리고 식물학에 대해서는 벨라도나, 아편 같은 독물에 대해서 박식하지만 원예에 대해서는 전무할 정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한정되지만 여러가지 토양을 식별할 수 있는 지질학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해박한 범죄학 지식, 화학 지식을 갖고 있으나 해부학은 정확하지만 조직적이 아닌 정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법률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지식이 많고, 봉술, 권투, 검술의 달인이며, 바이올린을 능란하게 연주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음, 왓슨 그런 말도 했었던가? 왓슨의 지적은 일부 맞기도 하고 일부 틀리기도 합니다. 저는 줄곧 범죄해결에 필요한 연구를 계속해왔기 때문입니다. 

Q : 왓슨씨, 홈즈씨는 평생 독신으로 생활하셨는데, 당신은 언제 결혼하셨나요?
A : 많은 분들이 네명의 기호(1888) 사건을 접하면서 만난 메어리 모스탄을 첫 부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1886년에 만나 1887년에 사별한 콘스탄스 아담스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메어리 모스탄을 만나 재혼한 것이지요. 그녀는 키가 작고 날씬한 금발에 단정하게 장갑을 끼고 옷차림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균형잡힌 얼굴은 아니었으나 사랑스럽고 호감이 가는 표정에 고상했고 특히 파란 큰 눈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1년만에 그녀도 내 곁을 떠나고 말았죠. 그래서 홈즈와 다시 베이커가에서 합치게 된 것입니다.

Q :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홈즈씨는 지독한 애연가일뿐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없아 한가할 때는 마약도 서슴치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땠습니까, 왓슨씨?  
A : 음, 사실입니다. 담배로 너구리를 잡는 것은 다반사였고, 그를 자극할 사건이 없을 경우에는 코카인을 직접 팔뚝에 주사하기도 했습니다. 홈즈의 뛰어난 추리력이나 통찰력은 대단한 반동을 가진 듯합니다. 특이하고 기괴하며, 해결하기 난해한 사건들만이 그의 무기력을 몰아내는 유일하게 무해한 마약이었습니다. 

Q : 홈즈씨, 당신이 알고 있는 형사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A : 런던경찰청에는 많은 경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그렉슨, 홉킨스, 레스트레이드 등이 뛰어나죠. 발전가능성으로 따지자면 홉킨스를 꼽을 수 있겠지만, 사건을 아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잘 처리했던 베인즈 경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위스테리아 롯지(1890년)에서 그는 그대로의 수사를, 저는 저대로의 수사를 하자고 주장하죠. 그의 고집이 약간은 건방졌지만, 그 사건에서 빈틈없는 경감의 협력으로 정글처럼 미로처럼 얽혀있던 사건의 핵심을 찾아낼 수 있었지요.

Q : [여기서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우리가 함께 한 사건 중에서 이번만큼 까다로운 건 없었을 거야.]라는 대사가 매우 자주 출현하는데, 실제로 홈즈씨는 이런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A : 제가 대답할까요?
Q : 아니요, 이번에는 왓슨씨가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그건 아마도 홈즈가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봅니다. 어떤 사건이라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 있어서 하나도 빼놓지 않고 관찰하는 그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말입니다. 

Q : 홈즈씨 당신에게는 형이 한분 있다고 들었는데요?
A : 네, 저보다도 탁월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프트입니다. 통계, 추리 등을 통해 정책결정 등의 일을 하는 정부공무원입니다. 가끔 저에게 중대한 사건에 대해 의뢰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브루스 파팅튼 설계도(1895년)에서 형이 제게 의뢰하는 이야기가 나오죠. 하지만 형은 현장에서의 적응력은 저보다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즉 현장에 나가서 사건을 수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한다든지에 대해서 꺼립니다. 그 점이 내적인 형과 외적인 저의 명확한 차이죠. 아무래도 사건수사에 대해서는 활동력과 결단력이 있는 제가 한 수 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Q : 허드슨부인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A : 네, 다양한 의뢰인들이 우리들의 숙소이자 사무실로 올라올 때 이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허드슨 부인이 해주고 있습니다.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해주는 것은 물론, 저에 대한 존경심마저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숙비를 좀 더 올려드려야 할 것 같군요, 하하.
 

Q : 사건현장이나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마차를 많이 이용하셨는데 마차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A : 저희는 주로 영업용 마차를 이용했습니다. 이에는 1마4륜4인승인 그로울러(growler)와 1마2륜2인승인 핸섬(handsome)이 있습니다. 그로울러가 런던에 나타난 것은 1830년 중반이고, 당시 마차 대수는 9,700대, 하루 이용승객은 8만명, 1인당 요금은 18펜스입니다. 그리고 일반인이 사용한 자가용으로는 1마4륜4인승인 박스형 브로엄(brougham)과, 2마4륜인 랜도(landau), 1마4륜2인승인 빅토리아 등이 있습니다.

Q : 미국의 앨런 핀커튼이 실제 세계 최초의 사립탐정사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음, 그런가요. 이에 대해서 특별히 대답할 가치가 없군요. 이미 저의 기록을 책으로 보셨겠지만, 공포의 계곡(1888년)에서 그의 사무실 탐정인 버디 에드워즈가 나옵니다. 그리고 레드 서클(1902년)에도 그의 이야기가 살짝 나오죠. 1850년경에 그가 최초의 탐정사무실을 열고 활동을 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활동은 제가 최초라고 자부합니다. 아, 그리고 또 문제해결 능력에 있어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안 그런가, 왓슨?
그는 상기의 사건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사건을 기록한 책을 보면 잘 알 수 있을겁니다. 
 

Q : 마지막으로 홈즈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죠?
A : 우선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해주신 아서 코난 도일(1859.5.22.~1930.7.7) 선생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에드거 앨런 포우와 뒤팽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왓슨의 책에 삽화를 그려준 시드니 파젯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음, 보헤미아의 스캔들(1887년)에 나옵니다만, 제가 유일하게 관심을 두었던 여성인 아이린 애들러가 보고싶군요. 저를 한방 먹였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100년이 넘도록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감사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산을 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마땅한 비유가 아니었다. 산은 어느 하나 같지 않아서 산을 오르는 방법이며, 시간이며 그것은 천차만별,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그 모든 방법을 강구할 생각은 없다. 언젠가 하나의 산에 관한 오만가지 연구를 하게 된다면 너무 기뻐 하늘이 닿도록 펄쩍펄쩍 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그것은 가당치도 않을 일처럼 느껴진다. 한마디로 필이 '강력하고 깊숙하게' 꽂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으로 셜록홈즈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흡족한 기사가 될런지는 모르겠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셜로키언들이 보았을 때 짜장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셜록 홈즈 초심자는 그 전집을 즐겁게 완독한 결과를 보고서(인터뷰)로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엑토 애니데스크 좌식형 AND-07(독서대,노트북테이블,공부상)
중국
평점 :
절판


대체로 만족하지만, 바닥에 앉아서 보기엔 사람에 따라 낮을 수도 있다.  높낮이 조절기능과 페이지를 홀딩하는 기능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바다의 기별』은 인터파크 도서 할인행사를 하는 가운데 10만원이라는 액수를 채우기 위해 포획된 것이었다. 딱히 목말라하던 책이나 작가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인터넷과 신문지상에서 발견되는 사인sign이 풍화되도록 방치하는 것에 대한 방조죄幇助罪의 구성요건이 될 듯한 우려 때문이었다. 지적指摘하고 환호喚呼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철도종사원처럼 말이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은 후라 마땅히 가볍고 상쾌한 독서의 롤러코스트에 승차하려했던 욕망은 바닥에 쉽사리 내팽겨쳐졌다. 바다의 기별은 몽롱하고, 아련하며, 슬프고, 개인적이었다. 땅속에서 굳은 채로, 연마되지 않은 화강암처럼, 소용이 있으려면 『갈아야』 하는 단단함이 보였다.  

조사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한글의 비과학적 묘사에 대한 불만, 언어의 연약으로 발생되는 토론과 논쟁의 가능성에 대한 시사, 사실을 가치화하고, 가치를 사실화하여 있는 것을 있는 것대로 전하지 않은 언론의 행태(당파성)에 대한 비판은 솔직하다 못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연약함【The sword is mightier then the pen】의 수긍처럼, 그의 묘사와 은유, 모호함은 난중일기 내용의 사실성 높은 자리를 치켜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소의 꼬리가 각다귀들을 쫓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들을 잡는 것보다 자신의 엉덩이를 더 많이 내리치듯이, 과학적이고 적확한 언어묘사를 기대하는 것이 언론과 학술을 넘어서서 성취되는 것은 문학의 죽음이라고 본다. 오치균 화가의 작품과 같이 구분 경계의 모호함이 가져다주는 공백을 상상력이 채워넣는 것처럼 사실만이 아니라 은유 또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물론 3 + 4 = 7 이 가져다 주는 한국적 상황의 기여는 충분히 공감이 가며, 체감적 표현이나 지엽적인 접근은 지겹지만, 고집스럽고 아프다. 또한, 냉혹한 계절의 작은 인간만을 바라보겠다고 고집하는 시선에서는 작가의 투명함과 고귀함이 스며나온다. 
 

 ※ 바다의 기별에서 인용[p.167~168]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쓴다는 것입니다. 저의 소설은 대부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소설에는 종교나 내세나 구원이나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고, 오직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만 나옵니다.
- 중략 -
인간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