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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바다의 기별』은 인터파크 도서 할인행사를 하는 가운데 10만원이라는 액수를 채우기 위해 포획된 것이었다. 딱히 목말라하던 책이나 작가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인터넷과 신문지상에서 발견되는 사인sign이 풍화되도록 방치하는 것에 대한 방조죄幇助罪의 구성요건이 될 듯한 우려 때문이었다. 지적指摘하고 환호喚呼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철도종사원처럼 말이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은 후라 마땅히 가볍고 상쾌한 독서의 롤러코스트에 승차하려했던 욕망은 바닥에 쉽사리 내팽겨쳐졌다. 바다의 기별은 몽롱하고, 아련하며, 슬프고, 개인적이었다. 땅속에서 굳은 채로, 연마되지 않은 화강암처럼, 소용이 있으려면 『갈아야』 하는 단단함이 보였다.
조사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한글의 비과학적 묘사에 대한 불만, 언어의 연약으로 발생되는 토론과 논쟁의 가능성에 대한 시사, 사실을 가치화하고, 가치를 사실화하여 있는 것을 있는 것대로 전하지 않은 언론의 행태(당파성)에 대한 비판은 솔직하다 못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연약함【The sword is mightier then the pen】의 수긍처럼, 그의 묘사와 은유, 모호함은 난중일기 내용의 사실성 높은 자리를 치켜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소의 꼬리가 각다귀들을 쫓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들을 잡는 것보다 자신의 엉덩이를 더 많이 내리치듯이, 과학적이고 적확한 언어묘사를 기대하는 것이 언론과 학술을 넘어서서 성취되는 것은 문학의 죽음이라고 본다. 오치균 화가의 작품과 같이 구분 경계의 모호함이 가져다주는 공백을 상상력이 채워넣는 것처럼 사실만이 아니라 은유 또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물론 3 + 4 = 7 이 가져다 주는 한국적 상황의 기여는 충분히 공감이 가며, 체감적 표현이나 지엽적인 접근은 지겹지만, 고집스럽고 아프다. 또한, 냉혹한 계절의 작은 인간만을 바라보겠다고 고집하는 시선에서는 작가의 투명함과 고귀함이 스며나온다.
※ 바다의 기별에서 인용[p.167~168]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사는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쓴다는 것입니다. 저의 소설은 대부분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 소설에는 종교나 내세나 구원이나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고, 오직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만 나옵니다.
- 중략 -
인간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