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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법칙 - 개정완역판 ㅣ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2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1. 권력이 반드시 필요합니까?
권력의 덫이나 권력 게임과는 무관하게 지내거나 벗어나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나이브하다고 할 수 밖에요. 권력을 잘 다루면 다룰수록, 더 나은 친구, 더 나은 연인,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p.13)습니다. 누구나 호불호를 떠나서 권력 게임에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왕이면 서투르게 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달인이 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항상 선하려고 애쓰는 자는 선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 틈에서 반드시 파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2. 권력을 갖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무엇입니까?
첫째, 감정의 통제가 필요합니다. 감정의 과잉과 표출은 이성과 통제력을 흐리게 하여 상대방에게 헛점을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격정에 휘말림은 과거를 훑어볼 수 없게 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없게 합니다.
둘째, 기만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거짓말하고 사람을 속이는 능력은 지능을 가진 인간들에게 있어서 가장 고도의 기술이며 강력한 무기입니다. 교활함을 현명하게 위장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셋째, 인내입니다. 인내는 무한한 시간을 가진 신들의 최고 덕목입니다.
넷째, 찬찬히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집중력입니다. 상대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와 외면적인 상황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타인의 일에 귀중한 시간이나 정신적인 평정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의 중심은 자신입니다.
여섯째, 사람을 이해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누구도 믿지 말고 모든 이를 면밀히 연구해야 합니다.
일곱번째, 목표를 향해 벽을 부딛치는 당구공처럼, 가장 우회적인 방법으로 모든 움직임을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3. 저는 당신이 말하는 권력법칙의 준수사례와 위반사례를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사례의 주인공들에 대한 서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마치 겨드랑이를 보고서 젖통을 봤다고 떠벌리는 것이 아닙니까?
잘 보셨습니다. 제가 권력의 법칙의 작가임을 잊으신 것은 아니십니까? 흠, 저의 기만능력이 들통난건가요. 실제로 법칙이라는 말을 붙일만한 책은 아닐 수도 있겠지요. 법, 원칙, 법칙, 기술, 원리 이런 단어들은 책의 논리를 드높히고 권위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4. [법칙06]에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법으로 신비감을 들며 마르가르타 젤레(마타하리)의 사례를 들려줍니다. 실제로 마르가레타 젤레의 삶(http://blog.hani.co.kr/egil/8989)을 조명해보면 당신은 지나치게 권력의 관점에서 사실을 해부하여 취사선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비감을 앞세워 잘 살다간 여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또한 p.96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황소들의 뿔에 횃불을 묶어 달리게 함으로써 적진을 무사히 통과한 이야기를 두고 유령이나 귀신효과의 신비감 때문이라고 일컫는 부분과 p.539에서 제갈량이 안개 낀 날 볏짚을 실은 배를 띄워 화살 10만개를 득한다는 이야기를 '앞잡이를 활용하라'는 주제의 소재로 쓰고 있는 것은 이야기의 실제 여부를 떠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牽强附會, 我田引水, 針小棒大, 耳懸鈴鼻懸鈴의 극치가 아닙니까?
그렇게 보신다면 어쩔 수 없죠. 제 글을 읽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고. 권력의 열쇠를 갖는데 전혀 무의미한 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당신도 권력이란 단어에 이끌려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요? 화장실 똥 누러 가서 똥 냄새 난다고 할 분이군요.
5. 많은 법칙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실전적인 것을 추천해주시고 또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음, 첫번째, 이미지와 상징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군요. 말에 비해 시각적 이미지는 복잡하게 얽힌 미로를 단숨에 통과합니다[법칙04].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는 무엇으로 이미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번째, 상대를 끌어들일 때 애매하게 말하시 마십시오. 이익에 호소하십시오. 상대의 금고를 황금으로 채워주겠다고, 더 오래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공약하십시오. 이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선, 자비, 정의 등으로 호소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부담스럽고 거치장스러울 뿐입니다[법칙10]. 세번째로 추종자에게는 단정하지 말고 애매모호하고 단순하게 표현합니다,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들을 강조합니다, 종교화된 조직은 체계를 잡기 쉽습니다, 추종자를 통해 들어오는 돈에 대해 밝히는 것으로 보여서는 아니됩니다, 조직의 반대편에 있는 적을 가공하여 단결을 이끌어내십시오[법칙15]. 네번째, 거대한 권력은 대중의 거대한 환상에서 나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고단한 과정을 말하지 마십시오. 바로 달을 따주겠다고 말씀하십시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매혹적이고, 기대감을 주며, 단순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법칙18]. 다섯번째, 불행하고 불운한 자들을 피해야 합니다. 그들은 전염력은 유난히 강합니다. 행운이 따르는 자들과 어울리면 권력과 부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법칙21]. 여섯번째, 당신을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당신의 행동과 생각이 예측가능한 것이어서는 안됩니다[법칙25]. 일곱번째, 질투를 안으로 감추지 마십시오. 타인이 나를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극제로 삼아 언젠가 그들과 대등해지거나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법칙33]. 여덟번째, 싸워서 질 바에는 항복을 선택하는 것이 낫습니다. 살아남아야만 臥薪嘗膽도 있고 복수도 있을 것입니다. 명십하십시오[법칙39]. 아홉번째,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지 마십시오[법칙48].
6.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은 누구십니까?
조제프 푸셰, 탈레랑, 발타사르 그라시안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라시안의 '지혜의 기술'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있습니다.
7. 로버트 그린, 당신은 문지방을 사타구니 아래에 두고 사시는 분 같습니다. 뒤집어보기를 읽어보면 마치 방을 나갈 수도 있고, 들어갈 수도 있다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은 권력자입니까? 이 책으로 권력에 대한 권위지가 되고 싶은 것입니까?
음, 나를 책장사꾼으로 폄하하는군요. 권력자인지 여부는 말씀드릴 처지가 못되는군요. 이론에 사례를 찾아 엮음에 다소 무리가 있는 것들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저의 글들이 권력이란 맹수의 모양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참고할만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봅니다.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진실은 대체로 눈에 보이지 귀에 들리지 않는다'(p.115)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눈을 신뢰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