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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
이언 맥웨시.캐리 매크로슨 지음, 이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8월
평점 :
지우고 싶은 사생활,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
열일곱, 루스벨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마고 머츠는 겉보기에는 그저 아웃사이더 괴짜 여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덟 살 때부터 가고 싶었던 스탠퍼드대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의뢰를 받고 누군가의 지우고 싶은 사생활을 지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도, 루스벨트 고등학교 화학 교사 블라이 선생님의 바람 정황이 있는 인스타그램 사진을 지워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녀의 동료, 새미와 일을 진행하던 중... 졸업반 섀넌 핀케가 마고를 불러내 도움을 요청한다. 블라이 선생님의 의뢰건으로 거절하려던 순간...
"내가 '루스벨트 비치스(Roosebelt bitches)'에 올랐거든." (P.53)
섀넌의 입을 통해 루스벨트 고등학교에서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는 범죄 사실을 알게 된다. 루스벨트 비치스, 일명 '루비'라고 하는 사이트는 루스벨트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반라 혹은 전라 사진들이 올라가는, 그야말로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였고 피해자는 대략 20명쯤이나 되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이 끔찍한 사이트를 치우기 위해, ─ 그리고 이 사건 이전에 의뢰받은 블라이 선생님의 건도 처리하기 위해 ─ 마고 머츠가 정신 빠지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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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어스 한 소재, 유쾌한 이야기
리벤지 포르노라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들도 빈번히 등장하는 만큼 심각한 소재다. 그런 소재에 하이틴+잠복수사를 버무려 가볍게 읽기 좋은 한 권의 소설로 탄생했다.
물론 이 문제는 진지하게 다뤄야 할 사회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허투루 하지 않았고, 이 끔찍한 사이트를 어떻게 해야 확실하게 치워버릴지 생각하고, 움직이는 마고는 가끔씩 얼렁뚱땅인 면이 있어 재미있게 소재를 풀어나간 느낌이었다.
또, 종국에 가서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를 척결하기 위해 피해자들 역시 마고 머츠의 계획에 적극 동참하는 부분을 보며 내심 신나게 응원하게 된다는 점은 덤. 원치않는 사생활이 암암리에 퍼져버린 피해자가 깊은 우울에 빠져있거나, 죽음까지도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니라서 더욱 좋았던 느낌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상황 역시 다뤄주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이었다.
이 주제를 유쾌하게 풀었다고? 라는 점에서 도덕적인 불쾌감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필자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리벤지 포르노나 상대방 동의 없는 촬영, 그리고 업로드 등에 대한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 물론 지금도 심각하다! ─ 바라볼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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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간중간에 끼워져 있는 문자메시지 형식의 구성이나, 각주가 지은이나 옮긴이의 말이 아니라 마고 머츠의 사족 같은 소소한 부분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요소였다. 필자는 하이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 텍스트 메시지들이 조금 더 *하이틴*스러웠던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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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선생님에 대한 호칭을 샘, 혹은 쌤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심지어 새미라는 등장인물도 많아서 상당히 헷갈렸다는 점. 샘이 이름인지 선생님의 약칭인 샘인건지, 어쩔 때는 또 샘이 쌤이라고 표기가 되어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헷갈리는 등장인물이 꽤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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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라는 게 보통은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지만, 책에서는 호기심에 자신의 성기 사진을 찍은 남학생이 당한 피해도 잠깐 다룬다. 이처럼 원치 않는 사생활이 지인들에게 공개되는 경우는 남녀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에, 특정 성별에게 권유하기 보다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이니 관심 있는 주제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본 서평은 문학수첩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