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상에서 나 자신으로 사는 법 - 자폐 심리학자가 말하는 자기 공감의 힘
해나 루이즈 벨처 지음, 김시내 옮김 / 현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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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특이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던 제 딴에는 그게 '나다움'이기도 했고, 그런 어른들의 관심이 좋아서 한동안 그런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 독특하고 나다웠던 행동이 어릴 때에나 귀여움으로 대충 얼버무릴 수 있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자, 나는 가면을 쓰게 되었다.

 

나답게 살았다는 것이 때론 누군가를 당황스럽게 했던 기억도 있기에 나는 잘했는데 사회가 나빴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자폐 진단 유무와 관련 없이 가면의 필요성을 느끼고 나다움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적당히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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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심리학자인 저자 해나 루이즈 벨처는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 자폐인과 비자폐인을 모두 아우르며 위로와 자기 공감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린 시절 대입 시험을 앞에 두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와 학교를 그만두고 미술 치료를 받던 도중 자신에게 자폐 증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 있었다.

 

 

 

 

자폐라 하면 흔히 아주 어릴 때 진단되는 경우를 생각하게 되지만, 책에서는 서른이나 마흔 넘어서도 자폐 진단을 받게 될 정도로 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한 모양. 필자도 '지금이라도 자폐 진단을 한 번쯤 받아보는 게 좋을까...' 고민이 들기도 했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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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랑 잘 어울리며 살면 좋은 거 아닌가?

 

책을 읽기 앞서, 남들과 잘 어울리고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게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것. 사교성이 0에 수렴해 인싸가 부러운 나 또한, 가면 쓰고 여러 사람이랑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거 좋지 않냐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서 책에서는 위장의 악순환은 이렇다고 소개해 준다. 실제로 내향인인 나도 사교적인 게 좋아서 그렇게 행동했다가, 점점 에너지가 고갈되어 연락을 조금씩 끊어가고 인간관계가 단절되어갔는데, 이게 내가 내향인이라는 것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번아웃이 와서 그랬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나도 어쩌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스스로의 진단 역시 필요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 책을 찾아 읽는 사람이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평소 남들과 잘 지내려고 했던 노력이 버거웠던 이라면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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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생존 문제였던 위장, 나다움을 되찾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게

 

위장은 인간 본성의 행위라고 한다.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행동이고, 누구나 하고 있다. 비단 자폐인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가면을 벗어던지고 위장을 줄이는 연습 역시 필요하다고 책은 말하며, 책의 마지막 장에서 그 훈련을 도와주고 있다.

 

 

 

 

 

심리적 고통도 정신적인 피로도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다 같은 고통이다. 사회에서 많은 사람과 부대끼다가 지쳐버린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나는 다른 사람 앞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다고 느끼고 그 영향이 나에게 나쁜 쪽으로 끼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본 서평은 현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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