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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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아사이 료 | 리드비

바른 욕망

북스타그램 1년차.

어느 정도 책을 읽고 나니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이 보인다. 그런 연유로 한동안 미스터리·추리 같은 장르물 소설은 조금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아사이 료의 『정욕』을 출간한 리드비 출판사는 일본 문학을 주로 수입·번역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추리물이나 미스터리물 같은 장르물을 다루는 듯 보였다. 때문에 이 책도 처음에는 관심이 크게 없었다. 아니, 볼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읽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난해하다는 의견, 어렵다는 의견에 도전정신이 생긴 것도 있지만, 거기에 나 역시도 보편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름대로의 고집 있는 욕망과 페티시가 있기에 바른 욕망을 뜻하는 『정욕(正欲)』이라는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옳은 것은 무엇이고 그른 것은 무엇인가?

아사이 료의 『정욕』은 '욕망'에 관한 옳고 그름에 대하여 독자들에게 스스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작품은 맨 앞부분에서 하나의 단편적인, 어쩌면 편향적일 수도 있는 신문기사를 먼저 보여주고 우리에게 그 사건에 얽혀있는 세 사람의 사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 하나조차도 욕망을 위해 무언가 저지르는 모습을 중간중간 삽입하며 우리에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였던 '욕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드러내도 되는 욕망이란, 보편의 욕망인 걸까,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실현 가능한 욕망이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데 숨겨야 하는 욕망은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세 사람의 사정(事情), 세 사람만의 사정(事情).

우리에게 보이는 신문기사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사정(事情)들이...

독자는 긴 텍스트를 통해 그들만의 사정을 다 알게 되고, 책 말미에 다시 신문기사와 같은 상황이 제시된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이상, 독자는 침묵하게 되고 생각은 많아진다.

다수는 이해할 수 없는 페티시즘... 모두를 이해시킬 수 없었다 하더라도, 어느 한 사람─신문기자─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이들의 복잡한 사정을 면도날로 쳐내 가장 단순하게 만드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칼로 무 썰듯 간단히 해버리면 안 될 누군가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이 사회에 참 많지 않은가. 아사이 료의 『정욕』은 '욕망'만 다루며 이야기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오컴의 면도날의 유혹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또,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연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소수자는 다수자의 편의에 의해 제거되어야 할까? 그게 연대일까? 하는 질문들...

‘욕망’에 관한 옳고 그름은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른 손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런 삶 덕분에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그들이 이해가 갔고, 때론 중간중간 삽입된 문장들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혼란은 피할 수 없었지만 이 이야기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딱 한 가지만을 숨기고 있을 뿐인데 그게 모든 인생과 이어져 있어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게 된다. 이야기는 나눠도 대화할 수는 없다. - P172

그러다 마음맞는 사람이라도 찾게되면 누구보다 천진해지는... - P180

나밖에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대한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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