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리듬 (알라딘 한정판 표지)
엘라 윌러 윌콕스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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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완전한 인간』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오히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 근데 당연해서 잊고 살기 쉬운 것들...


고독의 리듬 | 엘라 윌러 윌콕스 | 아티초크

엘라 윌러 윌콕스의 시는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작품, 영화 『올드보이』에 고작 두 줄 인용되었지만, 그 두 줄은 내 마음을 너무나도 강하게 사로잡았다.


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는다.

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된다.

_「고독」

따돌림, 괴롭힘의 경험이 있는 나는 이 문장이 주는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풍경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장례식장에 가기는 여전히 두려운, 철없는 아이러니함도 있지만...


영화의 그 사소한 단서만으로 태어난 온전한 엘라 윌러 윌콕스의 시집 한 권. 시의 언어로 녹여낸 삶, 사랑, 인간관계에 대한 진리들에 반해, 늘 손 닿는 곳에 두고 싶은 시집이 되었다. 머리가 좀 좋았더라면 다 외워버리고 싶을 정도...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절망따위 없어보이는 인스타그램에서 환상의 범람에 눈이 멀어 우리가 잊기 쉬운 것들, 하지만 잊어선 안될 것들을 엘라 윌러 윌콕스는 시라는 형식의 얇고 투명한 막으로 한 겹 싸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들을 노래한다.

그런 점에서 참 에로틱하다.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니까.

'진리를 찾아서'라는 의미를 담은 닉네임을 쓰고,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어언 1년째다.

찾았다, 하나의 진리.

그래서 난

이 시집을

정말

사랑한다.





왜 죽은 여름을 한탄하는가─

앞으로 올 여름을 생각하자

장미꽃은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붉게 다시 피어나리니

앞날을 내다봄은 언제나 유익하다.

_「왜 죽은 여름을 한탄하는가」

이성이 마음의 법정을 다스리는 재판관일 때

우리가 헤어지는 게 낫다는 걸 나는 알아요.

하지만 사랑은 저 따뜻한 반역자 가슴과 결탁하여

모반을 꾀하는 스파이죠.

_「코뮤니스트처럼 미친듯이」

우정 위에 서지 않은 사랑은 전부

모래성과 같다네

_「모래성」

그 한 번의 첫 키스에

내 마음은 가장 깊은 곳까지 떨었어

_「포기」

상처 입은 마음을 안고 고독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이 밤은 얼마나 괴로운가

_「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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